
배를 고를 때 볼 것은 꼭지 반대쪽입니다. 그 자리가 매끄럽고 검은 실금이 없어야 해요. 여기에 무게가 묵직하고 껍질색이 고르면 실패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알아 둘 게 하나 있어요. 선물로 오가는 큰 배와, 맛으로 고른 배는 다른 품종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싼 선물 배가 생각보다 밍밍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 줄로 말하면
우리가 흔히 보는 큰 배는 보기 좋고 오래 가도록 자리를 잡은 품종입니다. 단맛만 놓고 보면 그보다 나은 품종이 여럿 있어요. 상에 올릴 배와 깎아 먹을 배를 나눠 사면 둘 다 만족합니다.
왜 선물 배가 밍밍한가
배는 오랫동안 선물용 과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크고, 동그랗고, 색이 고르고, 오래 가는 쪽으로 자리가 잡혔어요. 상자에 담아 놓았을 때 보기 좋은 조건입니다.
문제는 그 조건이 맛과 늘 같이 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시장에서 가장 흔한 신고배는 당도로 따지면 높은 편이 아니에요. 대신 아삭하고 시원하며, 저장력이 좋아 오래 둘 수 있습니다. 그 나름의 값어치가 있는 품종이지 못난 품종이 아닙니다.
다만 “제일 단 배”를 찾는다면 다른 데를 봐야 합니다. 추황이나 원황, 황금배가 당도로는 더 앞서요. 크기가 작거나 겉이 덜 말쑥해서 선물 상자에 덜 담길 뿐입니다.
품종별로 다릅니다

| 품종 | 나오는 때 | 특징 | 저장 |
|---|---|---|---|
| 원황 | 8월 말~9월 초 | 일찍 나오는 편, 단맛이 좋음 | 짧은 편 |
| 황금배 | 9월 중순 | 껍질이 얇고 노란빛, 과즙이 많고 단맛이 강함 | 짧은 편 |
| 신고 | 9월 하순~10월 | 알이 크고 아삭·시원, 당도는 낮은 편 | 가장 김 |
| 추황 | 10월 | 당도가 가장 높은 축 | 중간 |
추석이 이른 해에는 신고가 아직 제 맛을 내기 전에 상에 오르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먼저 나온 원황이나 황금배 쪽이 오히려 맛이 낫습니다. 상에 올릴 크기만 맞으면 품종을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나오는 때는 그해 날씨와 지역에 따라 앞뒤로 밀립니다. 정확히는 시장에 나가 지금 무엇이 나와 있는지를 보는 편이 빠릅니다. 좌판에서 품종을 물으면 대개 알려 줍니다.
고르는 법

껍질에 거뭇한 얼룩이 있는 것을 꺼리는 분이 있는데, 그건 동록이라고 하는 껍질 자국입니다. 맛과는 상관없어요. 오히려 겉을 지나치게 곱게 만든 배가 맛에서는 손해인 경우도 있습니다.
차례상에 올릴 배
상에 올릴 것은 기준이 다릅니다. 크기가 서로 비슷하고, 꼭지가 붙어 있고, 흠이 없는 것을 맞춥니다. 나란히 놓았을 때 고르게 보여야 하니까요.
미리 사 두더라도 씻지는 마세요. 물기가 남으면 그 자리부터 무릅니다. 상에 올리기 직전에 닦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상에 올렸다 내린 배는 그날 안에 깎아 드시는 편이 좋고요.
사과와 같이 두지 마세요
배는 에틸렌에 민감한 과일입니다. 사과는 그걸 많이 내뿜는 대표 과일이고요. 그래서 둘을 한 칸에 넣어 두면 배가 먼저 물러집니다. 명절에 사과 상자와 배 상자가 나란히 들어오는 집이라면 특히 신경 쓸 대목이에요.
종이는 두 겹 정도가 알맞습니다. 너무 두껍게 감싸면 안에 습기가 갇혀 오히려 물러요. 서로 닿지 않게 두라는 것도 이유가 같습니다. 배는 물기가 많아 눌린 자리부터 갑니다.
깎았거나 남았을 때
깎아 둔 배는 금세 누렇게 변합니다. 옅은 소금물에 잠깐 담갔다 건져 물기를 닦고 밀폐해서 냉장하면 한동안 갑니다. 사과와 같은 요령이에요.
무른 배를 버리기 아깝다면 이쪽으로 돌리세요. 생으로 먹기 애매해진 배가 오히려 요리에는 잘 맞습니다. 갈아서 얼려 두면 필요할 때 꺼내 쓰기도 편합니다.
오돌오돌 씹히는 것의 정체
배를 먹다 보면 모래알처럼 오돌한 것이 씹힙니다. 석세포라고 하는 단단한 세포 덩어리예요. 상한 것도, 씨도 아닙니다. 배가 원래 가지고 있는 조직입니다.
이게 품종마다 양이 다릅니다. 껍질 가까운 쪽에 많고, 황금배처럼 석세포가 거의 없어 부드럽게 넘어가는 품종도 있어요. 아삭한 씹는 맛을 좋아하면 있는 쪽이 낫고,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면 적은 품종을 고르면 됩니다.
덜 익은 배일수록 이 알갱이가 더 도드라집니다. 유난히 거칠게 씹힌다면 품종 탓이 아니라 일찍 딴 배일 가능성이 있어요.
껍질째 먹어도 되나
됩니다. 껍질 쪽에 좋은 성분이 몰려 있다는 이야기도 흔해요. 다만 배 껍질은 사과보다 두껍고 석세포가 몰려 있어 식감이 거칠게 느껴집니다. 껍질째 먹는 것을 전제로 만든 작은 품종이 따로 나올 정도예요.
껍질째 먹을 거라면 흐르는 물에 문질러 씻으세요. 깎아 먹더라도 최대한 얇게 깎는 편이 낫습니다. 껍질 바로 아래가 가장 단 자리이기도 하고, 두껍게 깎으면 그만큼 버리는 셈이니까요.
깎고 자르는 법
배는 알이 커서 자르는 순서만 잡아도 훨씬 수월합니다. 세로로 반을 가르고, 다시 반으로 갈라 네 쪽을 만든 뒤, 씨 자리를 비스듬히 도려내는 것이 기본이에요. 씨 자리를 파내려 하기보다 칼을 눕혀 한 번에 잘라 내는 편이 깔끔합니다.
껍질은 네 쪽으로 나눈 뒤에 벗기는 것이 쉽습니다. 통째로 깎으려 하면 미끄러워 손이 위험해요. 상에 올릴 것이라면 쪽마다 크기를 맞추고, 아이가 먹을 것이라면 한입 크기로 더 잘라 줍니다.
어디서 사면 되나
배는 무겁고 잘 무르는 과일이라 눈으로 보고 사는 값어치가 큽니다. 상자로 받으면 위층만 좋은 것이 깔려 있는 경우가 있어요. 시장에서 산다면 아래층을 한 번 들춰 보고 고르세요.
명절이 가까워지면 값이 오릅니다. 상에 올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 깎아 먹을 것은 명절이 지난 뒤에 사는 편이 훨씬 눅어요. 추석 직후 며칠이 배가 가장 싼 때입니다. 그때 사서 하나씩 싸 냉장해 두면 오래 먹습니다.
산지에서 직접 받는다면 딴 날짜를 물어보세요. 배는 오래 두는 과일이라 저장했던 것이 섞여 나올 수 있습니다. 저장한 배가 나쁜 건 아니지만, 갓 딴 것과는 아삭함이 다릅니다.
고기를 잴 때 넣는 이유
불고기나 갈비 양념에 배를 갈아 넣는 건 단맛 때문만이 아닙니다. 배에는 단백질을 무르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고기 결이 부드러워져요. 설탕으로는 낼 수 없는 효과입니다.
다만 오래 재우면 고기가 흐물해집니다. 갈아 넣었다면 재우는 시간을 길게 잡지 마세요. 넉넉히 넣고 오래 두는 것보다, 적당히 넣고 짧게 재우는 편이 식감이 낫습니다.
주의할 것
한 알이 물러지면 바로 골라냅니다. 배는 물기가 많아 옆으로 잘 번집니다. 상자를 두고 먹는다면 며칠에 한 번 들춰 보세요.
어린아이에게는 잘게 잘라 줍니다. 단단하고 미끄러워 기도가 막히기 쉬운 크기가 됩니다.
얼리지 않습니다. 물기가 많아 녹으면 흐물해집니다. 오래 두려면 갈아서 얼리는 쪽이 낫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꼭지 반대쪽이 매끄럽고 검은 실금이 없는 것을 고르세요. 꼭지 자리가 깊고 넓게 파인 것이 과육이 많고, 같은 크기면 묵직한 쪽이 물기가 많습니다.
당도만 놓고 보면 추황, 원황, 황금배가 앞섭니다. 시장에서 가장 흔한 신고는 당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아삭하고 시원하며 오래 갑니다.
따로 두세요. 사과가 내뿜는 에틸렌에 배가 민감해서 같이 두면 배가 먼저 물러집니다. 명절에 두 상자가 함께 들어왔다면 자리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상온이면 일주일 안팎입니다. 하나씩 종이에 싸서 서로 닿지 않게 냉장하면 한 달 이상도 갑니다. 품종에 따라 갈리는데 신고가 가장 오래갑니다.
아닙니다. 동록이라고 하는 껍질 자국이라 맛과 상관없습니다. 눌린 자국이나 검은 실금과는 다른 것이니 그 둘만 구분하면 됩니다.
통째로는 권하지 않습니다. 물기가 많아 녹으면 흐물해져요. 오래 두려면 갈아서 얼렸다가 고기를 재거나 즙으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