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보관법 — 냉장이 가장 나쁜 자리입니다

식탁에 놓인 식빵과 바게트

빵을 오래 두려고 냉장고에 넣는 분이 많은데, 냉장실이 빵에는 가장 나쁜 자리입니다. 상온에 둔 빵보다 더 빨리 굳어요.

답은 둘 중 하나입니다. 오늘내일 먹을 것은 실온, 그보다 오래 둘 것은 냉동. 냉장은 그 사이에 낄 자리가 없습니다.

한 줄로 말하면

빵이 굳는 건 마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전분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에요. 이 되돌아감이 가장 빠른 온도대가 하필 냉장실입니다. 냉동은 그 구간을 통째로 건너뜁니다.

굳는 건 마르는 게 아닙니다

빵을 구울 때 밀가루 속 전분은 물을 머금고 부풀어 부드러운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 전분이 다시 원래의 단단한 구조로 돌아가려 합니다. 이걸 노화라고 해요. 빵이 딱딱해지고 퍼석해지는 건 이 되돌아감 때문입니다.

핵심은 이 노화에 속도가 빨라지는 온도 구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략 영하 몇 도에서 영상 몇 도 사이가 가장 빨라요. 냉장실 온도가 정확히 그 한복판에 들어갑니다.

온도대별 노화 속도

냉동 — 거의 멈춤
냉장 — 가장 빠름
실온 — 중간

냉장이 실온보다 나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차갑다고 다 좋은 게 아니에요.

증거가 하나 있습니다. 비닐로 단단히 밀봉해 넣어도 냉장한 빵이 상온에 둔 빵보다 빨리 굳습니다. 물기가 날아가서 굳는 것이라면 밀봉으로 막혔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마르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냉동은 왜 괜찮은가

노화가 빨라지는 구간이 있다면, 그 구간 아래로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요. 전분이 되돌아갈 힘 자체가 없어집니다. 냉동실 온도는 그 구간을 한참 지나쳐 있어요. 그래서 얼린 빵은 굳지 않고 그 상태로 멈춰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얼리는 시점입니다. 이미 굳기 시작한 빵을 얼리면 굳은 상태로 멈출 뿐이에요. 부드러울 때 얼려야 부드러운 채로 멈춥니다. 그래서 “남으면 얼린다”보다 “남을 것 같으면 미리 얼린다”가 맞습니다.

떡도 밥도 같은 원리입니다

이 이야기는 빵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전분으로 된 음식은 전부 같은 길을 갑니다. 떡이 냉장고에서 돌처럼 굳는 것, 밥이 냉장실에서 푸석해지는 것이 전부 같은 현상이에요.

음식 냉장하면 맞는 방법
상온보다 빨리 굳음 실온 아니면 냉동
돌처럼 단단해짐 남으면 바로 냉동, 쪄서 되살림
푸석해지고 향이 빠짐 갓 지었을 때 얼려 두었다가 데움
국수·면 서로 붙고 퍼짐 삶은 것은 그날 먹기

그래서 “송편을 냉장고에 넣지 마라”는 말과 “빵을 냉장하지 마라”는 말은 같은 이야기입니다. 하나를 알면 나머지도 따라옵니다. 명절에 남은 떡을 냉장실에 넣었다가 못 먹게 되는 일도 이걸 알면 피할 수 있어요.

언제 먹느냐로 정합니다

언제 먹을 건가 어디에 어떻게
오늘~내일 실온 봉지째 서늘하고 볕 안 드는 곳에
이틀 넘김 냉동 먹을 만큼 잘라 개별 포장해서
어중간할 때 냉동 망설이면 냉동이 낫습니다
냉장 거의 쓸 일이 없습니다

망설여지면 냉동으로 보내세요. 실온에 두었다가 굳어 버린 빵보다, 얼렸다가 데운 빵이 훨씬 낫습니다. 빵은 결정을 미룰수록 손해인 식품이에요.

실온에 둘 때 — 종이냐 비닐이냐

둘의 차이는 습기를 가두느냐입니다. 비닐봉지는 물기를 잡아 두어 속이 촉촉하게 갑니다. 대신 껍질이 눅눅해지고, 더운 철에는 봉지 안에 물이 맺혀 곰팡이가 자랄 자리가 됩니다.

종이봉투는 반대예요. 공기가 통해 껍질은 바삭하게 유지되지만 속이 빨리 마릅니다. 그래서 껍질이 생명인 빵은 종이, 속이 부드러워야 하는 빵은 비닐로 갈라 두면 됩니다. 자른 면은 도마 쪽으로 엎어 두면 그 면부터 마르는 것을 늦출 수 있어요.

냉동하는 법

빵을 잘라 개별 포장해 냉동하는 순서를 나타낸 네 컷 그림

  1. 식은 뒤에 넣습니다. 갓 구운 것을 그대로 싸면 김이 서려 얼음이 됩니다. 한 김 식히고 나서 하세요.
  2. 먹을 단위로 자릅니다. 통으로 얼리면 한 조각 먹자고 전체를 녹여야 합니다. 식빵은 한두 장씩, 바게트는 토막으로 잘라 둡니다.
  3. 개별 포장합니다. 랩으로 한 겹 싼 뒤 지퍼백에 넣고 공기를 빼세요. 겹치는 면에 종이를 끼우면 서로 안 붙습니다.
  4. 날짜를 적습니다. 얼린 뒤에는 겉만 봐서 언제 넣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5. 두세 주 안에 먹습니다. 더 두어도 상하지는 않지만 맛과 향이 빠집니다.

포장 없이 그냥 얼리면 표면이 하얗게 마르는 냉동 화상이 옵니다. 먹을 수는 있어도 맛이 확실히 떨어져요. 이 편의 성패는 사실 포장에서 갈립니다.

되살리는 법

굳은 빵을 되살리는 방법 네 가지를 나타낸 네 컷 그림

굳은 빵은 버릴 것이 아닙니다. 노화는 열을 다시 가하면 상당 부분 되돌아갑니다. 여기에 물기를 조금 보태 주면 갓 구운 것에 가까워져요.

방법 어떻게 맞는 빵
오븐·에어프라이어 겉에 물을 살짝 바르고 낮은 온도로 몇 분 바게트·하드롤 등 겉이 바삭해야 하는 빵
전자레인지 + 물컵 물을 얇게 바르고 물 담은 컵과 함께 짧게 식빵·모닝빵 등 부드러운 빵
약한 불에 뚜껑 덮고 잠깐 납작한 빵, 한두 조각
토스터 얼린 채로 바로 냉동한 식빵

전자레인지만 쓸 때는 짧게 끊어서 하세요. 한 번에 오래 돌리면 안쪽 물기가 급히 빠져나가 오히려 더 딱딱해집니다. 십 초씩 나눠 상태를 보는 편이 안전해요.

겉이 바삭해야 하는 빵은 전자레인지가 불리합니다. 속은 부드러워져도 껍질이 눅눅해져요. 바게트라면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 쪽이 맞습니다.

되살려도 애매하면

너무 굳어 되살려도 별로인 빵은 아예 굳은 상태를 살리는 쪽으로 돌리면 됩니다. 얇게 썰어 낮은 온도에서 바싹 구우면 러스크가 되고, 깍둑 썰어 기름에 살짝 구우면 수프나 샐러드에 얹는 크루통이 돼요.

더 굳었다면 잘게 부숴 빵가루로 씁니다. 통에 담아 냉동해 두었다가 전이나 튀김에 쓰면 됩니다. 어느 쪽이든 굳은 것이 오히려 유리한 쓰임이라 버릴 이유가 없습니다.

얼린 빵은 녹이지 않아도 됩니다

냉동한 식빵은 언 채로 토스터에 바로 넣으면 됩니다. 녹였다 구우면 물기가 빠져나가 퍽퍽해지기 쉬워요. 두께에 따라 시간만 조금 늘리면 됩니다.

실온 해동을 할 거라면 포장을 벗기지 말고 그대로 두세요. 겉에 물이 맺히는 것을 포장이 받아 줍니다. 벗겨 놓으면 표면이 젖어 눅눅해집니다.

곰팡이가 걱정될 때

여름 장마철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실온에 봉지째 둔 빵은 이틀도 못 가 곰팡이가 필 수 있어요. 이때는 맛을 조금 포기하고 냉장으로 보내는 선택도 있습니다.

다만 더 나은 답은 여전히 냉동입니다. 곰팡이도 막고 노화도 막으니까요. 냉장은 곰팡이만 늦추고 굳는 것은 오히려 앞당깁니다. 굳이 냉장을 골라야 할 이유가 잘 없습니다.

곰팡이를 늦추려면봉지 안 물기를 닦아 냅니다 · 자른 면이 마르지 않게 밀착해 쌉니다 · 볕과 열기를 피합니다 · 여름에는 아예 냉동으로 보냅니다
이미 폈다면보이는 곳만 떼어 내고 먹지 않습니다 · 같은 봉지의 다른 조각도 함께 버립니다 · 봉지와 보관 통을 씻습니다

빵 종류별로

식빵한두 장씩 개별 포장해 냉동. 언 채로 토스터에 바로
바게트굳는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산 날 먹고 남으면 즉시 냉동
크루아상·페이스트리기름이 많아 눅눅해지기 쉬움. 오븐으로 되살립니다
단팥빵·크림빵속 재료 때문에 상하기 쉬움. 여름엔 그날 먹습니다
베이글반으로 갈라 냉동하면 꺼내 쓰기 편합니다
샌드위치얼리지 않습니다. 채소와 소스가 물러집니다

속에 크림이나 생과일이 든 빵은 냉동에 맞지 않습니다. 녹으면 물이 생겨 빵까지 젖어요. 이런 것은 애초에 그날 먹을 만큼만 사는 편이 낫습니다.

주의할 것

곰팡이 핀 빵은 도려내고 먹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일부일 뿐이고, 빵처럼 무른 것은 안쪽까지 퍼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렸다 녹인 빵을 다시 얼리지 않습니다. 물기가 두 번 빠져 식감이 크게 떨어집니다.

갓 구운 빵을 밀봉해 두지 않습니다. 김이 안에 갇혀 껍질이 눅눅해지고 곰팡이가 자랄 자리가 됩니다. 식힌 뒤에 싸세요.

자주 묻는 질문

빵을 냉장고에 넣으면 왜 안 되나요?

냉장 온도가 빵이 굳는 속도를 가장 빠르게 만드는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밀봉해서 넣어도 상온에 둔 빵보다 빨리 굳습니다. 오래 두려면 냉장이 아니라 냉동입니다.

빵은 며칠이나 두고 먹을 수 있나요?

실온이면 오늘내일이 기준입니다. 그보다 오래 둘 거라면 냉동으로 보내고 두세 주 안에 드세요. 여름 장마철에는 실온 기간을 더 짧게 잡아야 합니다.

얼린 빵은 어떻게 먹나요?

식빵은 언 채로 토스터에 바로 넣으면 됩니다. 녹였다 구우면 오히려 퍽퍽해져요. 실온 해동을 한다면 포장을 벗기지 말고 그대로 두세요.

딱딱해진 빵을 되살릴 수 있나요?

됩니다. 겉에 물을 살짝 바르고 다시 열을 가하면 상당 부분 돌아옵니다. 바삭해야 하는 빵은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 부드러운 빵은 물 담은 컵과 함께 전자레인지로 짧게 하세요.

여름에 곰팡이가 걱정되면 냉장이 낫지 않나요?

곰팡이는 늦출 수 있지만 굳는 것은 오히려 앞당깁니다. 냉동이 두 가지를 다 해결하니 굳이 냉장을 고를 이유가 적습니다.

빵은 잘라서 사는 게 나은가요?

바로 먹을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두고 먹을 것이라면 통으로 사서 그때그때 자르는 편이 낫습니다. 자른 면이 많을수록 물기가 빠지는 자리도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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