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차리는 법 — 기본은 여섯 가지, 지역마다 다른 것

소박하게 차린 추석 차례상

추석 차례상의 기본은 여섯 가지입니다.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이에요. 여기에 더 올리고 싶으면 육류·생선·떡을 놓아 최대 아홉 가지까지 잡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이 알고 계신 홍동백서와 조율이시는 예법서 어디에도 없는 말입니다.

한 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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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짓수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유학 경전 예기(禮記)에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大禮必簡)”는 말이 있습니다. 성균관도 같은 말을 합니다. 상다리가 휘어지는 차례상은 1960~70년대에 집안을 양반처럼 보이려던 문화가 굳어진 것이지 오래된 전통이 아니에요.

성균관 표준안 — 이렇게 놓으면 됩니다

🍽️ 추석 차례상 표준 진설도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 표준안 기준. 신위(사진 또는 지방)를 기준으로 앞쪽이 1열입니다.

신위 (사진 또는 지방)
1열
술잔
송편
수저
2열
나물
나물
나물
구이(적)
김치
3열
사과
과일은 네 가지를 놓되 순서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 더 올리고 싶으면 육류·생선·떡을 놓을 수 있고, 그것도 가족이 합의해 정하면 됩니다.

근거가 없는 규칙들

차례상을 검색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표현들은 주자가례, 국조오례의를 비롯한 어떤 유교 예법서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근대 이후 민간에서 생겨난 것으로 봅니다.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문헌에 없는 표현입니다. 과일은 편하게 놓으면 됩니다.
조율이시(대추·밤·배·감 순서)
역시 문헌에 없습니다. 순서를 맞추려고 네 가지를 억지로 다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을 반드시 부쳐야 한다
성균관은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사계 김장생의 사계전서에는 기름진 음식으로 제사 지내는 것이 예가 아니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전을 부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가족이 좋아하면 부치면 되고, 힘들면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예요. 성균관도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사과 배 감 밤 — 순서 상관없어요
과일 순서를 맞추느라 애쓰실 필요 없습니다

지방 대신 사진을 놓아도 됩니다

사당이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지방(紙榜)을 써서 모셔왔지만, 고인의 사진을 두고 지내도 괜찮습니다. 성균관이 표준안에서 명시한 내용이에요. 한자를 쓸 줄 몰라 매년 애먹으셨다면 사진으로 바꾸셔도 됩니다.

지역마다 이런 것이 다릅니다

표준안은 뼈대일 뿐이고, 실제 상에는 그 지역에서 나는 것이 올라갑니다. 바다가 가까우면 생선이, 산이 가까우면 밭작물이 오르는 식이에요.

지역별 차례상 대표 음식
같은 차례상인데 지역마다 다른 것들
경상도
돔배기 · 문어
돔배기는 소금에 절여 토막 낸 상어고기. 안동에서는 “문어를 안 쓰면 차례 헛 지냈다”고 할 만큼 문어를 중히 여깁니다
전라도
홍어 · 꼬막
제사상에는 찜으로 올립니다. 꼬막은 ‘제사꼬막’이라 부를 만큼 빠지지 않고, 양념 없이 살짝 데쳐 올려요
제주
옥돔 · 전복
논농사가 어려워 곡식 대신 해산물 위주로 차립니다. 한라봉 같은 지역 과일도 함께 올려요
강원도
메밀전 · 감자
산악지대라 밭작물이 중심입니다. 메밀이 유명한 평창에서는 메밀전을 반드시 올립니다. 명태도 흔합니다
서울·경기
통북어 · 녹두전
해산물이 적고 고기 비중이 큽니다. 북어를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 통북어 구이를 올렸어요
충청도
우럭 · 대구포
내륙과 해안이 섞여 지역차가 큽니다. 말린 생선을 쓰는 집이 많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르는 생선은 조기입니다. 고려시대부터 전남 영광 칠산 앞바다에서 많이 잡혔고, 소금에 절인 굴비 형태로 전국에 퍼졌습니다.

장 보러 가기 전에

표준안 여섯 가지를 기준으로 목록을 만들면 이렇습니다. 여기에 우리 집에서 늘 올리던 것을 더하시면 돼요.

구분 살 것 어디서
송편 시장 떡집·방앗간
나물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시장 나물전
구이(적) 산적용 소고기 또는 지역 생선 정육점·수산물전
김치 배추김치 또는 나박김치 집에서 또는 반찬가게
과일 사과, 배, 감, 밤 중 네 가지 과일전
청주 또는 막걸리 시장·마트
장은 미리 보세요. 추석 직전에는 값이 오르고 좋은 물건이 먼저 빠집니다. 특히 오일장은 추석 전 마지막 장날이 명절보다 며칠 앞서 서는 경우가 있어요. 5·10일장은 올해 9월 20일이 마지막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과일은 몇 개를 올려야 하나요?

성균관 표준안은 네 가지입니다. 종류와 순서는 정해진 것이 없으니 편하게 고르시면 됩니다. 네 가지에서 여섯 가지 사이로 준비하면 충분합니다.

전을 안 부쳐도 정말 괜찮나요?

괜찮습니다. 성균관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이에요. 다만 “부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고, 가족이 합의해서 정하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과 배 감 밤이 없으면 어떡하나요?

그 자리에서 나는 다른 과일로 대신하셔도 됩니다. 제주에서 한라봉을 올리는 것처럼요. 정해진 네 가지를 억지로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춧가루와 마늘은 정말 쓰면 안 되나요?

향이 강한 양념을 피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지만 이 역시 문중마다 다릅니다. 나물을 소금과 참기름으로만 무치는 집이 많고, 김치도 나박김치나 백김치를 올리는 집이 있습니다.

우리 집은 예전부터 열 가지 넘게 차렸는데 줄여도 되나요?

집안 어른들과 상의하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표준안은 “이렇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이에요. 다만 줄이자는 이야기를 꺼낼 때 성균관 표준안이라는 근거가 있으면 말이 통하기 쉽습니다.

차례와 제사는 다른 건가요?

다릅니다. 차례는 명절 아침에 지내는 간략한 의례이고, 제사(기제사)는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것입니다. 차례가 더 간소한 것이 원래 모습이에요. 차례라는 말 자체가 “찻잔을 올리는 예”에서 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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