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 양력 1월 20일 무렵. 태양의 황경이 300도에 이르는 때
  •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입니다. 다음이 입춘
  • 이름은 큰 추위(大寒)
  • 제주에서는 이날이 이사철의 기준이 됩니다

대한은 24절기의 마지막입니다. 이 절기가 지나면 입춘이 오고 한 해가 다시 시작합니다.

그런데 대한에는 다른 절기에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의 행동을 실제로 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주에서입니다.

한겨울 제주 돌담과 초가를 그린 세밀화
제주에는 신구간이라는 기간이 있습니다. 대한이 지나고 닷새째부터 입춘 사흘 전까지, 일주일 남짓입니다. 이 기간에만 이사를 하고 집을 고쳤습니다. 일 년에 딱 한 주일이었습니다.

대한은 언제인가

대한은 태양의 황경이 300도에 이르는 때로, 양력 1월 20일 무렵입니다. 소한과 입춘 사이에 듭니다.

24절기 가운데 스물네 번째, 곧 마지막입니다. 대한이 지나면 입춘이 오고 절기의 한 바퀴가 다시 시작됩니다. 전체 순서는 24절기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제주에는 이사할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었다

본론입니다.

제주에서는 신구간(新舊間)이라 부르는 기간이 있습니다. 정식으로는 신구세관교승기간, 곧 묵은 관리와 새 관리가 교대하는 기간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관은 신을 가리킵니다.

제주는 신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엌을 맡은 조왕신, 문을 맡은 문전신, 땅을 맡은 토신처럼 집 안 구석구석에 맡은 신이 따로 있습니다.

이 신들이 한 해의 일을 마치고 하늘로 올라가 보고를 하고 새 임무를 받아 내려오는 기간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는 지상에 신이 없습니다. 집을 지키는 신도, 땅을 맡은 신도 자리를 비웁니다.

그래서 이때는 평소 함부로 못 하던 일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었습니다. 신이 없으니 탈이 날 일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항목 내용
기간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3일까지. 보통 일주일
양력으로 대개 1월 하순에서 2월 초
하는 일 이사 · 부엌 고치기 · 문 고치기 · 변소 고치기 · 외양간 고치기 · 집 일부 손보기 · 울타리 안에서 흙 파기 · 돌담 고치기 · 나무 베기 · 묘소 손보기

목록을 보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집과 땅을 건드리는 일입니다. 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는 손대기 어려웠던 것들입니다.

화장실은 반드시 이때

그중에서도 화장실 고치는 일은 반드시 신구간을 기다렸다가 했다고 전합니다. 그래야 화를 입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집 안에서 가장 꺼려지는 자리였던 만큼, 신이 없는 때를 골라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붙은 곳이기도 합니다.

일 년 중 신구간 일주일만 비어 있는 것을 문으로 나타낸 도해
일 년에 일주일, 이 구간에만 집과 땅을 건드렸습니다

이 풍습이 만든 것들

일 년에 한 주일뿐인 이사철은 제주의 생활을 여러 갈래로 바꿔 놓았습니다.

이사 날짜가 몰리니 그 주에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났습니다. 미리 계약을 해두었다가 신구간이 되면 잔금을 치르고 곧바로 짐을 옮기고, 전입신고와 등기, 가스와 전화까지 그 안에 끝내야 했습니다. 일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집을 빌리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육지에서 흔한 전세나 월세 대신 일 년 치를 한 번에 내는 방식이 제주에서 오래 쓰인 것도 이 주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이사업체와 가전제품 가게에게는 일 년 중 가장 큰 대목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

여기서부터가 이 글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신구간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제주에서는 이사 행렬이 이어지고, 소방 당국이 이사철 가스 사고 주의보를 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빠르게 옅어지고 있습니다. 제주의 한 오래된 이삿짐 업체는 신구간 기간의 이사 예약이 몇 해 사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이야기됩니다.

이유 내용
아파트 대단지가 늘면서 준공 일정에 맞춰 이사하게 됐습니다
세대 변화 젊은 층은 추운 겨울보다 따뜻한 계절에 옮기는 것을 선호합니다

날짜를 정하는 기준이 신에서 준공 일정으로 옮겨간 셈입니다.

비슷한 일이 다른 명절에도 있었습니다. 중양절에 차례를 지내던 지역에서는 날짜 기준이 곡식에서 달력으로, 다시 휴일로 옮겨갔습니다. 설날은 아예 제도에 밀려 이름까지 잃었다가 되찾았습니다.

절기가 사람의 하루를 정하던 시대의 마지막 사례가 지금 눈앞에서 옅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신구간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육지의 손 없는 날과 비교하면

육지에도 비슷한 관념이 있습니다. 손 없는 날입니다. 귀신이 없어 이사하기 좋다는 날인데, 음력 끝자리를 기준으로 열흘에 이틀씩 돌아옵니다.

차이가 분명합니다.

손 없는 날 신구간
기준 음력 날짜 절기 (대한과 입춘)
빈도 열흘에 이틀씩, 일 년 내내 일 년에 한 번, 일주일
고를 여지 많습니다 거의 없습니다

같은 생각에서 나왔는데 하나는 일 년에 걸쳐 흩어졌고, 하나는 한 주일에 몰렸습니다. 제주 쪽이 훨씬 강하게 생활을 묶은 이유가 이 차이입니다.

대한 무렵의 살림

대한은 이름이 큰 추위지만, 전해 오는 말은 소한이 더 춥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소한 쪽에 적어 두었습니다.

살림으로 보면 한겨울의 끝자락입니다. 김장 김치가 가장 맛있을 때이고, 대설 무렵 쑨 메주가 뜨고 있습니다. 시장에는 여전히 말리거나 절인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곧 정월이 옵니다. 설 대목이 시작되면 오일장상설시장이 다시 붐빕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한은 언제인가요

양력 1월 20일 무렵입니다. 태양의 황경이 300도에 이르는 때이고,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입니다.

대한이 24절기의 마지막인가요

맞습니다. 대한 다음이 입춘이라 여기서 절기의 한 바퀴가 끝나고 다시 시작됩니다.

신구간이 정확히 언제인가요

대한이 지나고 닷새째부터 입춘 사흘 전까지입니다. 보통 일주일이고 양력으로는 1월 하순에서 2월 초에 걸칩니다.

신구간에 왜 이사를 하나요

이 기간에는 집과 땅을 맡은 신들이 하늘로 올라가 지상에 신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신이 없으니 이사나 집수리를 해도 탈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신구간은 제주에만 있나요

제주의 풍습입니다. 육지에는 음력 날짜로 정하는 ‘손 없는 날’이 있는데, 일 년에 걸쳐 흩어져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지금도 신구간에 이사하나요

합니다. 다만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아파트 준공 일정에 맞추는 경우가 늘었고 젊은 층은 따뜻한 계절을 선호합니다. 이사 예약이 몇 해 사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업계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한과 소한 중 어느 쪽이 더 춥나요

전해 오는 말은 소한이 더 춥다고 합니다. 다만 실제 관측으로는 해마다 갈립니다. 자세한 것은 소한 쪽에 적어 두었습니다.

자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신구간」·「대한」 · 한국천문연구원 · 제주 지역 언론 보도(신구간 이사 동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