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을 깊게 파고 한쪽 벽에 대파 모종을 세워 심은 가을 텃밭

대파를 사면 아래쪽 흰 대가 길수록 값을 더 칩니다. 그래서 흰 대가 긴 품종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흰 대는 품종이 아니라 흙에 묻힌 길이입니다. 같은 모종을 심어도 흙을 얼마나 덮어 주느냐에 따라 흰 부분의 길이가 달라져요. 심는 법과 기르는 법이 갈리는 지점도 대부분 여기입니다.

한 줄로 말하면

대파의 흰 대는 땅에 묻혀 햇빛을 못 본 잎집입니다. 흙을 덮어 주는 만큼 길어지고, 그래서 대파는 골을 깊게 파고 심은 뒤 자라는 동안 흙을 채워 가며 기릅니다. 다만 흙을 자주 덮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에요.

흰 대는 자란 것이 아니라 묻힌 것입니다

대파에서 흰 부분을 잎집이라고 합니다. 잎이 겹쳐져 대를 이루는 자리예요. 이 부분은 햇빛을 받으면 초록이 되고, 흙에 묻혀 빛을 못 받으면 희게 남습니다. 이렇게 희게 만드는 것을 연백이라고 해요.

농촌진흥청 자료도 같은 말을 합니다. 잎집 부분은 흙을 북돋아 주면 길어지고 연백이 되어 굵고 긴 흰 부분을 이룬다고 설명해요. 흙을 덮는 작업을 북주기라고 합니다.

같은 크기의 대파 세 그루에 흙 높이만 다르게 그린 그림. 흙이 높을수록 묻힌 흰 대가 길다

세 그루는 같은 대파입니다. 다른 것은 흙 높이 하나뿐인데 흰 대의 길이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대파 농사는 심는 날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라는 동안 몇 번에 나누어 흙을 채워 주는 일이 사실상 본 작업이에요.

언제 심나 — 봄과 가을, 지역에 따라 갈립니다

대파는 서늘한 것을 좋아합니다. 씨가 트는 데 알맞은 온도가 15~25도이고 자라기 좋은 온도는 20도 안팎이에요. 한여름 고온기에는 생육이 처집니다.

심는 시기는 봄에 씨를 뿌리는 춘파와 가을에 뿌리는 추파로 나뉘는데, 지역에 따라 쓰는 작형이 다릅니다.

지역 주로 쓰는 작형 거두는 때
중부 봄 파종이 기본 김장철 즈음에 거의 거두고 끝납니다
남부(영남·호남) 봄 파종에 가을 파종도 많음 겨울을 나고 이듬해 2~4월까지 이어집니다

요즘은 사철 내내 나오다 보니 작형 구분이 예전만큼 뚜렷하지 않다고도 합니다. 다만 텃밭에서는 지역 기준을 따르는 편이 실패가 적어요. 중부에서 가을에 모종을 넣으면 자라다 말고 추위를 만나기 쉽습니다.

지금 9월에 중부에서 대파를 심고 싶다면, 올해 거둘 생각보다 겨울을 나게 하는 쪽으로 잡는 편이 낫습니다. 대파는 뿌리가 깊어 추위에 견디는 힘이 있는 작물이에요.

심는 법 — 골 한쪽에 세워 붙이고 얕게 덮습니다

여기가 다른 작물과 가장 다른 대목입니다. 배추나 상추는 흙에 구멍을 파고 모종을 앉히지만, 대파는 골을 파고 그 한쪽 벽에 모종을 세워 붙입니다.

농촌진흥청이 안내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고랑을 파거나 이랑을 세운 다음, 한쪽 면에 모종을 똑바로 세워 붙이고 넘어지지 않게 눌러 주면서 1~3cm 두께로만 흙을 덮습니다.

처음부터 깊이 묻지 않는다는 것이 요점이에요. 남은 골은 나중에 북주기로 채웁니다. 골이 곧 앞으로 흙을 넣을 자리인 셈이에요.

뿌리를 휘어 심지 않기

뿌리가 휘어진 채로 심으면 거둘 때 휜 파가 나옵니다. 골 벽에 곧게 세워 붙이세요.

처음부터 깊이 심지 않기

너무 깊게 심으면 초기 생육이 떨어집니다. 첫 복토는 1~3cm면 충분해요.

밭은 이렇게 만듭니다

이랑과 이랑 사이는 80~85cm가 알맞고, 적어도 75cm는 되어야 나중에 북주기 작업이 편합니다. 대파 밭 간격이 넓어 보이는 이유가 이것이에요. 포기를 넓게 앉히려는 게 아니라 흙을 퍼 넣을 자리를 남겨 두는 겁니다.

이랑 방향은 남북으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 오후의 강한 볕을 피하고 태풍에 쓰러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예요.

흙은 토심이 깊은 사양토가 맞습니다. 연백을 하려면 통기와 물 빠짐이 좋으면서도 북준 흙이 쉽게 무너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흙이 자꾸 흘러내리면 애써 덮어도 흰 대가 안 길어집니다.

북주기 — 언제 얼마나 덮나

북주기는 세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합니다. 대파가 쓰러지는 것을 막고, 연백부를 길게 하고, 덤으로 풀도 덮어 줍니다.

횟수는 한 해에 3~4회가 적당합니다. 첫 번째는 아주심기 후 30~40일쯤에 하고, 마지막은 수확 30~40일 전에 마칩니다.

깊이는 때에 따라 다릅니다. 봄에 심은 기준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차례 시기 덮는 깊이
1~2회 생육이 더딘 8월까지 잎집의 3분의 2가 덮일 정도로 가볍게
3~4회 생육이 왕성한 9~10월 이후 잎이 갈라지는 자리까지 깊게

초반에 가볍게 덮는 이유는 더위에 생육이 처져 있을 때 깊이 묻으면 부담이 크기 때문이고, 가을에 깊이 덮는 이유는 그때가 흰 대가 실제로 길어지는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잎이 갈라지는 자리를 넘기지 마세요. 마지막 북주기 기준이 거기까지입니다. 그보다 위를 묻으면 잎이 흙에 닿아 무를 수 있어요.

많이 덮을수록 좋은 것은 아닙니다

흰 대가 흙에 묻힌 길이라면 자주 많이 덮으면 되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반대입니다.

대파는 뿌리가 지표면 가까이 퍼져 있는 작물이에요. 그래서 북주기를 할 때 뿌리가 잘리는 일이 잦고, 그것이 오히려 생육을 막는 경우가 많습니다. 3~4회가 적당하다고 하는 이유가 이것이에요.

흰 대를 길게 하려다 뿌리를 상하게 하면 파 자체가 굵어지지 않습니다. 정해진 횟수 안에서, 정해진 높이까지만 채우는 것이 결국 더 좋은 파를 만듭니다.

거두기와 겨울나기

중부에서 봄에 심은 대파는 김장철 무렵에 거의 거두고 한 해가 끝납니다. 김장에 쓸 대파를 직접 기르려면 이 일정이 기준이 돼요.

남부는 겨울을 나고 이듬해 2~4월까지 이어서 거둡니다. 대파가 추위에 강한 편이라 가능한 방식이에요.

다 거두지 못한 대파는 밭에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필요할 때 한두 대씩 뽑아 쓰는 편이 한꺼번에 캐서 시들리는 것보다 낫습니다.

거둔 대파를 오래 두고 쓰려면 씻는 순서부터 갈립니다. 대파는 물이 닿는 순간부터 무르기 시작해요. 대파 보관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흰 대가 긴 품종이 따로 있나요?

품종 차이도 있지만 텃밭에서 흰 대 길이를 가르는 것은 대부분 북주기입니다. 같은 모종이라도 흙을 얼마나 덮었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처음 심을 때 깊이 묻으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너무 깊게 심으면 초기 생육이 떨어집니다. 첫 복토는 1~3cm로 하고 나머지는 자라는 동안 북주기로 채우세요.

북주기는 몇 번이 적당한가요?

한 해 3~4회입니다. 첫 번째는 심고 30~40일쯤, 마지막은 거두기 30~40일 전에 마칩니다. 더 자주 하면 뿌리가 상해 오히려 손해예요.

이랑 간격을 왜 그렇게 넓게 잡나요?

북주기 할 흙을 퍼 넣을 자리가 필요해서입니다. 80~85cm가 알맞고 최소 75cm는 있어야 작업이 됩니다.

9월에 대파를 심어도 되나요?

남부는 가을 파종 작형이 있어 흔합니다. 중부는 봄 파종이 기본이라, 가을에 심으면 올해 거두기보다 겨울을 나게 하는 쪽으로 잡는 편이 낫습니다.

파가 휘어서 자랐어요.

심을 때 뿌리가 휘어진 채로 들어가면 휜 파가 나옵니다. 골 벽에 곧게 세워 붙이고 눌러 고정하세요.

짚끈으로 묶은 대파 모종 한 다발

자료 — 농촌진흥청 농사로 「파 일반 특성과 재배기술」 · 농사로 대파 재배특성 · 농사로 영농 영상 「파 재배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