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벽에서 다리가 아주 많은 벌레가 빠르게 지나갑니다. 보통 돈벌레라고 부르는데, 정식 이름은 그리마예요. 다리가 쉰 개쯤 되어 보인다고 지역에 따라 설레발이, 쉰발이로도 부릅니다. 실제로는 서른 개(열다섯 쌍)예요.
생김새 때문에 놀라기 쉬운데, 정작 알아야 할 건 따로 있습니다. 그리마가 있다는 건 그리마의 먹이가 있다는 뜻이에요.
그리마는 다른 벌레를 잡아먹고 삽니다. 그러니 그리마를 잡는 건 신호를 지우는 일이고, 진짜 문제는 그 신호가 가리키는 쪽에 있습니다.

사람을 해치지는 않습니다
먼저 걱정을 덜자면, 그리마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손으로 세게 쥐거나 하면 드물게 물 수 있지만 독성은 미약해요.
병을 옮기지도 않습니다. 음식에 꼬이지도 않고요. 불쾌한 건 순전히 생김새 때문입니다.
무엇을 먹고 사는가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그리마의 먹이는 다른 벌레예요.
그래서 그리마가 자주 보인다면, 잡을 게 아니라 먹이가 뭔지부터 찾아야 합니다. 먹이가 없어지면 그리마는 알아서 떠납니다.
한 마리를 우연히 본 것과 자주 보이는 것은 다릅니다. 비 오는 날 한 번 들어온 것이라면 내보내면 그만이에요. 일주일에 몇 번씩 보인다면 집 안에 먹이가 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왜 우리 집에 들어왔나
조건이 셋입니다. 하나만 맞아도 들어오고, 셋이 다 맞으면 눌러앉습니다.
- 습기 — 욕실, 주방 하단, 다용도실, 보일러실, 지하
- 어두운 틈 — 벽 틈, 가구 밑, 장판 밑, 창틀
- 먹이 — 다른 벌레
흔한 오해가 “집이 더러워서”인데 꼭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마가 찾는 건 지저분함이 아니라 적당한 습기와 온기, 그리고 먹이예요. 깨끗한 집에도 습한 구석과 벌레가 있으면 들어옵니다.
언제 많이 보이나
| 때 | 어떤가 |
|---|---|
| 장마·비 오는 날 | 비를 피해 실내로 들어옵니다 |
| 한여름 | 습기가 높아 활동이 왕성합니다 |
| 9~10월 | 겨울을 나려고 들어옵니다. 이때가 유입이 가장 많습니다 |
| 겨울 | 보일러실이나 벽 틈에서 지냅니다 |
초가을에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했다면 겨울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틈을 막는 일은 9월에 해두는 게 좋습니다. 10월이 지나면 이미 안에 들어와 있어요.
어디로 들어오나
| 경로 | 막는 법 |
|---|---|
| 하수구·배수구 | 안 쓰는 배수구는 막고, 트랩에 물이 마르지 않게 |
| 환풍구 | 망을 덧대 둡니다 |
| 배관이 지나는 벽 구멍 | 실리콘이나 퍼티로 메웁니다 |
| 현관·창틀 아래 틈 | 문풍지, 창틀 물구멍에 방충망 |
| 바닥과 벽 사이 | 걸레받이 틈. 단독·빌라에서 흔합니다 |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 저층 빌라에서 유독 많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땅과 가깝고 틈이 많기 때문이에요.

없애는 순서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계속 반복됩니다.
- 먹이를 없앱니다다른 벌레가 있는지 먼저 봅니다. 그리마만 잡으면 며칠 뒤 또 들어와요.
- 습기를 뺍니다욕실 환기, 다용도실 제습. 습도가 낮으면 애초에 머물지 않습니다.
- 틈을 막습니다9월 안에 해두면 겨울나기 유입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그다음이 잡는 일입니다이미 들어온 개체는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합니다. 앞의 셋을 안 하면 이 일만 계속 반복돼요.
지네와는 다릅니다
다리가 많다고 다 같은 게 아닙니다. 그리마와 지네는 헷갈리기 쉬운데 위험도가 다릅니다.
| 그리마(돈벌레) | 지네 | |
|---|---|---|
| 다리 | 가늘고 길게 옆으로 뻗음 | 짧고 몸에 붙어 있음 |
| 움직임 | 아주 빠르게 달림 | 기어감 |
| 몸 | 짧고 다리가 두드러짐 | 길고 마디가 두드러짐 |
| 물리면 | 독성 미약 | 통증이 큽니다 |
몸보다 다리가 먼저 눈에 들어오면 그리마입니다. 길쭉한 몸이 먼저 보이고 다리가 짧다면 지네 쪽이니 조심하셔야 해요.
집 안에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법
들어왔다 나가는 것과 눌러앉은 것은 다릅니다. 몇 가지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 크기가 제각각이면 번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은 개체가 섞여 보인다면 밖에서 들어온 게 아니에요
-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 보이면 그 근처에 자리가 있습니다. 세탁기 뒤, 보일러실, 싱크대 아래를 봅니다
- 밤에만 보이면 정상입니다. 야행성이라 낮에는 틈에 있어요
- 낮에도 자주 보이면 수가 늘었거나 습도가 아주 높다는 뜻입니다
다리는 왜 그렇게 많은가
그리마의 다리는 빨리 달리기 위한 것입니다. 다른 벌레를 쫓아가 잡아야 하니까요. 집에 사는 벌레 중에 가장 빠른 축에 듭니다.
그리고 위협을 느끼면 다리를 스스로 떼고 도망칩니다. 잡으려다 다리만 남는 경우가 그래서예요. 떼어낸 다리는 다시 자랍니다.
이 빠르기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다만 사람 쪽으로 달려오는 게 아니라 어두운 틈을 향해 달리는 것이에요. 마침 그 방향에 사람이 있었을 뿐입니다.
집 형태에 따라 다릅니다
같은 방법이라도 어디 사느냐에 따라 손볼 곳이 달라집니다.
| 사는 곳 | 먼저 볼 곳 |
|---|---|
| 단독·전원주택 | 마당과 맞닿은 문틈, 걸레받이, 화단 쪽 벽. 유입이 가장 많습니다 |
| 저층 빌라 | 지하·반지하와 이어진 배관, 계단실 쪽 현관 틈 |
| 아파트 저층 | 세대 간 배관 통로, 욕실 점검구 |
| 아파트 고층 | 드물지만 배관을 타고 올라옵니다. 욕실 배수구부터 |
| 반지하 | 습도 자체가 조건이라 제습이 가장 큽니다 |
고층인데 자주 보인다면 바깥에서 들어온 게 아니라 건물 안에서 올라온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럴 땐 창문보다 욕실 쪽을 보셔야 해요.
마주쳤을 때
그리마는 아주 빠릅니다. 잡으려다 놓치면 벽 틈으로 사라져요.
바닥이나 벽에 있다면 투명한 컵을 덮고 종이를 밀어 넣어 내보내는 방법이 깔끔합니다. 밟거나 눌러 죽이면 자국이 남고요.
맨손으로 잡지 마세요. 세게 쥐면 물릴 수 있습니다. 독성은 약하지만 굳이 겪을 일은 아니에요.
돈벌레라는 이름
그리마를 죽이면 돈복이 나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는 아닌데, 왜 그런 말이 생겼는지는 짐작이 됩니다.
그리마는 따뜻하고 습한 곳을 좋아합니다. 옛날에 그런 조건을 갖춘 집은 광이 크고 난방이 잘 되는 집, 그러니까 살림이 넉넉한 집이었어요. 그런 집에 그리마가 많았으니 “돈벌레”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봅니다.
지금 기준으로 옮기면 “난방이 잘 되고 습기가 있는 집”이라는 뜻이 됩니다. 돈이 들어온다기보다 습도를 점검하라는 신호에 가깝죠.
살충제는 잘 듣습니다. 다만
그리마는 바퀴와 달리 살충제에 아주 약합니다. 뿌리면 대개 그 자리에서 죽고, 파리채에 스치기만 해도 됩니다. 잡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먹이와 습기, 틈이 그대로면 새 개체가 계속 들어옵니다. 잡는 건 쉬운데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효과가 분명하지 않은 방법들
초음파 퇴치기는 벌레를 쫓는다고 팔리지만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사기 전에 한 번 더 알아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계피나 특정 향으로 쫓는 방법도 널리 이야기되지만, 습기와 틈을 그대로 둔 채로는 오래 가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먼저 공격하지 않습니다. 손으로 세게 쥐면 드물게 물 수 있지만 독성은 미약합니다. 병을 옮기지도 않습니다.
꼭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마가 찾는 것은 적당한 습기와 온기, 그리고 먹이가 되는 다른 벌레입니다. 깨끗한 집에도 습한 구석이 있으면 들어옵니다.
먹이가 되는 다른 벌레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마는 바퀴, 좀, 개미, 작은 날벌레를 먹고 삽니다. 먹이가 없어지면 그리마도 떠납니다.
겨울을 나려고 실내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9~10월에 유입이 가장 많으므로 틈을 막는 일은 9월 안에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근거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따뜻하고 습한 큰 집에 그리마가 많았던 데서 유래한 말로 보입니다.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습기를 줄이고 틈을 막는 쪽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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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 David Levine, CC BY 2.0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