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자란 가을 상추

가을 상추는 8월 하순부터 9월 초순에 씨를 뿌립니다. 모종으로 심는다면 9월 중순까지고요. 뿌린 지 한 달쯤이면 바깥 잎부터 따 먹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8월에 씨를 뿌리고 “싹이 안 났다”는 분이 많습니다. 씨앗이 나빠서가 아니에요. 상추 씨앗은 더우면 잠들어 버립니다.

한 줄로 말하면

상추 씨앗에는 조건이 둘 있습니다. 빛을 봐야 싹이 트고, 더우면 잠에 빠집니다. 그래서 흙을 두껍게 덮으면 안 되고, 한여름에 뿌리면 안 됩니다. 가을 상추 실패는 거의 이 둘에서 나옵니다.

더우면 씨앗이 잠듭니다

상추 씨앗이 싹트기 좋은 온도는 15~20℃입니다. 25℃를 넘으면 발아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30℃ 넘는 곳에 15시간 넘게 두면 씨앗이 아예 잠에 빠집니다. 이걸 고온 휴면이라고 해요.

8월 초에 씨를 뿌리면 낮 기온이 30℃를 넘나듭니다. 흙 온도는 더 높고요. 그러니 뿌려도 절반이 안 나거나 아예 안 납니다. 씨앗 탓이 아니라 시기 탓이에요.

그래서 상추 씨앗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봉지를 뜯어 더운 곳에 두면 그것만으로도 발아율이 떨어져요.

급할 때 쓰는 방법

8월에 꼭 뿌려야 한다면 씨앗을 미리 깨워 두면 됩니다.

  1. 물에 반나절 담급니다. 씨앗이 물을 머금게 합니다.
  2. 젖은 수건에 싸서 냉장실에 둡니다. 2~3일이면 됩니다.
  3. 싹이 살짝 보이면 뿌립니다. 이미 깨어난 상태라 흙에서 바로 자랍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한여름에도 발아가 됩니다. 다만 손이 가니, 시기를 맞출 수 있다면 8월 하순을 기다리는 편이 편합니다.

흙을 덮지 마세요

상추 씨앗은 얕게 덮고 토마토 씨앗은 깊게 덮는 차이를 나타낸 두 컷 그림

상추는 빛을 봐야 싹이 터서 얇게, 토마토는 반대로 깊게 덮습니다.

상추 씨앗은 빛을 받아야 싹이 트는 씨앗입니다. 흙을 두껍게 덮으면 빛이 안 닿아 싹이 안 텁니다. 이게 두 번째 실패 원인이에요.

그래서 상추는 “심는” 게 아니라 “뿌리는” 데 가깝습니다. 흙 위에 뿌리고 손으로 가볍게 눌러 주거나, 주변 흙을 살살 긁어 덮는 둥 마는 둥 하면 됩니다.

빛을 봐야 싹트는 것상추 · 쑥갓 · 당근 · 배추 · 양배추 — 얇게 덮거나 안 덮습니다
어두워야 싹트는 것토마토 · 가지 · 호박 — 씨앗 크기의 2~3배로 덮습니다

물을 줄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물조리개로 세게 부으면 얇게 덮은 흙과 씨앗이 함께 떠내려가요. 분무기로 뿌리거나 조리개를 아주 가까이 대고 살살 줍니다.

씨를 뿌릴까, 모종을 살까

씨앗 모종
심는 때 8월 하순~9월 초순 9월 중순까지
첫 수확 한 달쯤 뒤 2~3주 뒤
쌉니다. 한 봉지로 여러 해 포기당 값이 듭니다
발아 관리가 필요합니다 심기만 하면 됩니다
맞는 경우 여러 포기를 오래 기를 때 몇 포기만 빨리 먹을 때

텃밭이 처음이라면 모종이 편합니다. 발아가 상추에서 가장 까다로운 대목인데 그걸 건너뛸 수 있으니까요. 대신 씨앗은 한 봉지에 수백 알이라 여러 번 나눠 뿌릴 수 있습니다.

모종을 옮겨 심을 때

모종은 20~30cm 간격으로 심습니다. 심기 전에 포트에 물을 흠뻑 주고 2~3시간 그늘에 두었다가 옮기면 몸살이 덜해요. 더운 날이라면 심고 나서 3~4일쯤 그늘을 만들어 주면 뿌리가 빨리 잡습니다.

따는 법이 수확량을 정합니다

바깥 잎만 따는 방법과 포기째 뽑는 방법을 견준 두 컷 그림

바깥 잎만 따면 속에서 새 잎이 계속 올라옵니다.

상추는 바깥 잎부터 따는 것이 원칙입니다. 가운데 속잎은 남겨 두세요. 거기서 새 잎이 계속 올라오기 때문에 한 포기로 두세 달을 먹습니다.

바깥 잎 따기아래쪽 큰 잎부터 서너 장씩 · 속잎 대여섯 장은 남깁니다 · 3~4일에 한 번씩 · 두세 달 먹습니다
포기째 뽑기한 번에 다 거둡니다 · 밭을 비워야 할 때 · 그 자리는 끝납니다

잎을 딸 때는 손으로 옆으로 젖혀 뜯습니다. 아래로 잡아당기면 뿌리가 흔들려요. 잘라 낸 자리에서 흰 진액이 나오는데 그건 정상입니다.

한꺼번에 많이 따지 마세요. 잎을 다 따 버리면 포기가 힘을 못 씁니다. 속잎 대여섯 장은 늘 남겨 두는 것이 오래 먹는 요령이에요.

가을 상추가 맛있는 이유

일 년 중 상추가 가장 맛있는 때가 가을입니다. 이유는 기온이에요.

상추는 서늘한 것을 좋아합니다. 더우면 자라는 속도가 빨라져 잎이 얇고 질겨지고, 쓴맛이 강해져요. 반면 서늘하면 천천히 자라면서 잎이 도톰하고 부드러워집니다.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큰 것도 가을 상추가 나은 이유고요.

여름 상추가 쓴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더위에 시달리면 꽃대가 올라오려 하는데, 그때 쓴맛이 강해져요. 꽃대가 보이기 시작하면 그 포기는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품종이 여럿입니다

상추는 씨앗 봉지 이름이 유난히 많습니다. 그런데 크게 보면 잎을 따 먹는 것과 포기째 거두는 것 둘로 갈려요.

종류 모양 거두는 법
청상추·적상추 잎이 넓게 퍼지고 오글거립니다 바깥 잎부터 따 먹습니다
로메인 잎이 길쭉하고 위로 섭니다 포기째 또는 바깥 잎
버터헤드 속이 부드럽게 뭉칩니다 포기째 거둡니다
양상추 배추처럼 단단히 결구합니다 포기째, 기간이 깁니다

텃밭에서는 청상추·적상추가 무난합니다. 오래 두고 조금씩 따 먹을 수 있어서요. 양상추는 결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온도도 까다로워 초보에게는 어렵습니다.

청상추와 적상추를 섞어 심으면 밭이 보기에도 좋고 쌈을 낼 때도 낫습니다. 자라는 성질은 거의 같아 관리가 나뉘지 않아요.

가을에 조심할 것

진딧물잎 뒷면에 붙습니다. 초기에 물로 씻어 내면 잡힙니다
민달팽이밤에 잎을 갉습니다. 아침에 구멍이 보이면 이것
잿빛곰팡이비 온 뒤 잎이 무릅니다. 통풍이 답입니다
노균병잎 뒷면에 곰팡이. 물이 잎에 오래 남으면 생깁니다
웃자람볕이 부족하면 목이 길어집니다. 간격을 넓힙니다
끝마름물이 들쭉날쭉하면 잎끝이 갈변합니다

가을은 봄·여름보다 병해충이 적은 편입니다. 다만 비 온 뒤 통풍은 신경 써야 해요. 잎이 겹쳐 물기가 안 마르면 그 자리부터 무릅니다. 포기 간격을 넉넉히 잡는 것이 예방입니다.

물은 아침에 주는 편이 좋습니다. 저녁에 주면 밤새 잎이 젖어 있어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요.

겨울까지 먹으려면

상추는 서리를 맞으면 상합니다. 다만 부직포나 비닐터널을 씌우면 12월까지 먹을 수 있어요. 잎채소 중에서는 추위를 견디는 편입니다.

부직포가장 간단합니다. 서리만 막아도 꽤 버팁니다
비닐터널활대를 세워 씌웁니다. 낮에는 열어 환기합니다
짚 덮기포기 사이에 깔면 흙 온도가 덜 떨어집니다

다만 겨울을 통째로 나기는 어렵습니다. 시금치처럼 월동해서 봄에 다시 먹는 작물은 아니에요. 가을에 심어 12월까지 먹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주의할 것

8월 초에 씨를 뿌리지 않습니다. 30℃ 넘는 곳에 15시간 이상 두면 씨앗이 잠들어 버립니다. 8월 하순을 기다리세요.

흙을 두껍게 덮지 않습니다. 상추 씨앗은 빛을 봐야 싹이 텁니다. 덮는 둥 마는 둥이 맞습니다.

잎을 한꺼번에 다 따지 않습니다. 속잎 대여섯 장은 늘 남겨 두어야 계속 자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가을 상추는 언제 심나요?

씨앗은 8월 하순에서 9월 초순, 모종은 9월 중순까지입니다. 씨앗이면 한 달쯤, 모종이면 2~3주 뒤부터 따 먹기 시작합니다.

씨를 뿌렸는데 싹이 안 나요.

더위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상추 씨앗은 25℃가 넘으면 발아율이 떨어지고 30℃ 넘는 곳에 15시간 이상 두면 잠들어 버려요. 흙을 두껍게 덮었을 때도 안 납니다.

상추 씨앗은 왜 얕게 덮나요?

빛을 받아야 싹이 트는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두껍게 덮으면 빛이 안 닿아 싹이 안 터요. 흙 위에 뿌리고 가볍게 눌러 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한여름에 꼭 심어야 한다면?

씨앗을 물에 반나절 담갔다가 젖은 수건에 싸서 냉장실에 2~3일 두세요. 싹이 살짝 보이면 뿌립니다. 이미 깨어난 상태라 더워도 자랍니다.

잎은 어떻게 따야 오래 먹나요?

바깥 잎부터 서너 장씩 따고 속잎 대여섯 장은 남깁니다. 손으로 옆으로 젖혀 뜯으세요. 이렇게 하면 한 포기로 두세 달을 먹습니다.

가을 상추가 더 맛있는 이유는?

서늘하면 천천히 자라 잎이 도톰하고 부드러워집니다. 더우면 빨리 자라 잎이 얇고 질겨지며 쓴맛이 강해져요.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큰 것도 가을 상추가 나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