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금치는 9월 초부터 10월 초에 씨를 뿌립니다. 뿌린 지 50~60일이면 거둘 수 있어요. 9월 중순에 뿌리면 11월 중순부터 뜯어 먹습니다.
그런데 시금치에는 다른 채소에 없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산성 흙에서는 아예 안 자랍니다. 잘 안 자라는 정도가 아니라 싹부터 제대로 안 트고 뿌리가 황갈색으로 상해요.
한 줄로 말하면
시금치는 흙 산도를 가장 많이 타는 채소입니다. 씨 뿌리기 3~4주 전에 석회를 넣어 중성에 가깝게 맞추는 것이 절반이에요. 이걸 안 하면 나머지를 아무리 잘해도 시원찮습니다.
흙부터 잡아야 합니다
시금치가 얼마나 산도를 타는지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 흙 산도 | 결과 |
|---|---|
| pH 6.5~7.5 | 가장 잘 자랍니다 |
| pH 6.0 아래 | 재배가 어려워집니다 |
| pH 5.5 아래 | 생육이 극단적으로 억제됩니다 |
우리나라 밭은 대체로 산성 쪽입니다. 그래서 석회를 넣는 것이 시금치 농사의 첫 단추예요. 다른 채소는 안 해도 어느 정도 되지만 시금치는 다릅니다. 산성 흙에 가장 약한 작물을 꼽을 때 시금치·부추·양파가 늘 들어갑니다.
석회는 씨 뿌리기 3~4주 전에 넣습니다. 흙과 반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에요. 거름과 같이 넣으면 서로 방해하니 석회를 먼저 넣고 2주쯤 뒤에 퇴비를 넣는 순서가 좋습니다.
산성 흙에서 나타나는 증상
언제 뿌리나
| 뿌리는 때 | 거두는 때 | 성격 |
|---|---|---|
| 9월 초~중순 | 10월 말~11월 | 그해 안에 거둡니다 |
| 9월 하순~10월 초 | 11월~12월 | 가장 무난한 구간 |
| 10월 중순 이후 | 이듬해 3~4월 | 겨울을 나고 봄에 거둡니다 |
기준을 하나만 잡는다면 “10월 중순이 갈림길”입니다. 그 전에 뿌리면 그해에 먹고, 그 뒤에 뿌리면 겨울을 나서 봄에 먹습니다. 둘 다 실패가 아니라 계획이 다른 거예요.
가을 시금치는 봄·여름 것보다 자라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봄에는 40일이면 되는데 가을은 50~60일을 잡아야 해요. 기온이 낮아 천천히 크기 때문입니다.
너무 일찍 뿌리면
8월에 뿌리면 더위가 문제입니다. 시금치 씨는 25℃가 넘으면 발아가 나빠지고 30℃ 이상이면 발아율이 절반 아래로 떨어집니다. 뿌려도 절반이 안 나는 셈이에요.
그리고 낮이 길면 꽃대가 올라옵니다. 시금치는 해가 길어질수록 꽃을 피우려는 성질이 있어서, 여름에 심으면 잎을 못 먹고 꽃대만 봅니다.
씨 뿌리는 법
줄뿌림은 촘촘히 뿌려 솎아 가고, 점뿌림은 자리를 정해 5~6알씩 넣습니다.
- 물부터 줍니다. 골을 판 뒤 물을 두어 번 부어 흙을 촉촉하게 만들고 나서 씨를 뿌립니다. 마른 흙에 뿌리면 발아가 늦어요.
- 흙은 얇게 덮습니다. 1~1.5cm면 충분합니다. 깊으면 싹이 못 올라옵니다.
- 가볍게 눌러 줍니다. 씨와 흙이 닿아야 물을 빨아들입니다.
- 짚이나 왕겨를 덮습니다. 마르는 것을 막아 줍니다. 싹이 나면 걷어냅니다.
싹은 노지에서 열흘 안팎이면 올라옵니다. 그때까지 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이에요.
솎음은 두 번
싹 튼 뒤 1주에 2~3cm, 2주에 4~5cm 간격으로 벌립니다.
| 차례 | 시기 | 간격 |
|---|---|---|
| 1차 | 싹 튼 뒤 1주쯤 | 2~3cm |
| 2차 | 싹 튼 뒤 2주쯤 | 4~5cm |
시금치는 어릴 때 좀 붙어 있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서로 기대며 자라요. 다만 잎이 겹치기 시작하면 아래쪽에 볕이 안 들어 웃자라고 가늘어집니다. 그때가 솎을 때예요.
솎은 어린 시금치는 그대로 먹습니다. 부드러워서 무침이나 샐러드에 좋아요.
품종을 잘못 고르면 헛농사입니다
시금치 씨앗 봉지를 보면 이름이 여럿입니다. 그런데 아무거나 사면 안 돼요. 계절마다 맞는 품종이 따로 있습니다.
가을에는 동양계를 고릅니다. 우리가 나물로 무쳐 먹는 그 맛이 동양계 것이고, 가을 파종에 맞게 나온 품종이에요. 반대로 봄이나 여름에 동양계를 뿌리면 꽃대가 먼저 올라옵니다.
씨앗 봉지에 “가을 재배용” 또는 “만추대”라고 적혀 있으면 그것이 기준입니다. 만추대는 꽃대가 늦게 온다는 뜻이에요.
씨앗에 가시가 있는 것
시금치 씨앗 중에 껍질에 뿔처럼 뾰족한 것이 달린 게 있습니다. 재래종 씨앗인데 이건 그냥 뿌리면 잘 안 납니다. 껍질이 단단해 물이 잘 안 들어가거든요.
이런 씨앗은 하루쯤 물에 담가 두었다가 뿌립니다. 시중에서 파는 봉지 씨앗은 대개 처리가 되어 있어 그냥 뿌려도 됩니다. 직접 받은 씨앗이라면 이 과정이 필요해요.
거둘 때
가을에 뿌린 시금치는 잎이 15~20장쯤 됐을 때 거둡니다. 봄·여름 것은 8~10장에서 거두는데 가을 것은 더 키워도 억세지지 않아요. 천천히 자라기 때문입니다.
시금치 뿌리의 붉은 부분을 잘라 버리는 분이 많은데 거기가 가장 답니다. 흙만 잘 털어 내고 그대로 쓰세요.
겨울을 나면 달아집니다
10월 중순 이후에 뿌린 시금치는 그해에 못 먹지만, 대신 얻는 것이 있습니다. 겨울을 나며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 단맛이 쌓입니다. 얼지 않으려고 스스로 당분을 만들기 때문이에요.
포항초·섬초·보물초처럼 이름이 붙은 시금치가 전부 이 방식입니다. 남부 지방 노지에서 겨울을 난 것들이에요. 잎이 땅에 붙어 옆으로 퍼지고 뿌리 쪽이 붉으며, 무쳤을 때 뒷맛이 답니다.
시금치는 영하 10℃에서도 견딥니다. 그래서 중부에서도 노지 월동이 됩니다. 다만 아주 추운 곳이라면 부직포를 덮어 주면 안전해요.
사서 쓸 때
겨울에 나오는 키 작고 옆으로 퍼진 시금치가 노지에서 겨울을 난 것입니다. 시설에서 기른 것은 키가 크고 곧게 서 있어요. 무침으로는 앞의 것이 낫습니다.
주의할 것
석회를 빠뜨리지 마세요. 시금치는 산성 흙에서 발아부터 안 됩니다. 씨 뿌리기 3~4주 전에 넣어야 반응할 시간이 있습니다.
8월에 뿌리지 않습니다. 25℃가 넘으면 발아가 나빠지고 30℃ 이상이면 절반도 안 납니다.
흙을 두껍게 덮지 않습니다. 1~1.5cm면 충분해요. 깊으면 싹이 못 올라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9월 초부터 10월 초가 기본입니다. 10월 중순을 넘기면 그해에는 못 거두고 겨울을 나서 이듬해 3~4월에 거둡니다.
시금치가 산성 흙에 특히 약해서입니다. 산성이면 싹부터 고르지 않고 잎끝과 뿌리가 황갈색으로 상해요. 씨 뿌리기 3~4주 전에 넣어야 흙과 반응할 시간이 있습니다.
흙이 마르거나 온도가 높거나 흙을 두껍게 덮은 경우입니다. 25℃가 넘으면 발아가 나빠지고 30℃ 이상이면 절반 아래로 떨어져요. 흙은 1~1.5cm만 덮고 마르지 않게 합니다.
두 번입니다. 싹 튼 뒤 1주쯤에 2~3cm 간격으로, 2주쯤에 4~5cm 간격으로 벌립니다. 솎은 어린 시금치는 그대로 무쳐 먹으면 됩니다.
추위 속에서 얼지 않으려고 스스로 당분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단맛이 쌓여요. 포항초·섬초·보물초가 전부 노지에서 겨울을 난 시금치입니다.
그 부분이 가장 답니다. 흙만 잘 털어 내고 그대로 쓰세요. 잘라 버리면 아까운 부분을 버리는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