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제주 밤바다를 수놓는 집어등 불빛, 바로 한치잡이배가 켜놓은 불빛입니다. 제주도에는 오래전부터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라는 속담이 전해질 만큼 한치를 최고 대접해왔습니다. 생긴 건 오징어와 비슷해 보이지만 살이 훨씬 부드럽고 감칠맛이 강해, 한번 맛보면 그 차이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한치란 어떤 해산물인가요?

한치는 사실 표준명이 아닙니다. 공식 이름은 제주한치의 경우 창꼴뚜기(Loligo chinensis), 동해한치는 화살꼴뚜기(Uroteuthis edulis)로, 둘 다 오징어목 꼴뚜기과에 속합니다. 오징어와 한 집안이지만 오징어보다 부드럽고 맛이 좋아 가격도 두 배 이상 비쌉니다.

이름의 유래는 다리 길이에서 왔습니다. 큰 몸집에 비해 다리가 한 치(약 3cm)밖에 안 된다고 해서 한치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오징어는 다리가 몸통에 비례해 길지만, 한치는 다리가 눈에 띄게 짧습니다. 반면 지느러미는 몸통의 60~70%를 차지해 오징어(30%)보다 훨씬 큽니다. 이 지느러미 크기로 오징어와 한치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한치도 두 종류가 있어 제철이 다릅니다. 동해한치는 봄에 산란하며 겨울에서 봄까지가 맛이 가장 좋고, 제주한치는 여름에 산란하며 6~8월이 제철입니다. 제주 연안과 동해 남부, 동중국해 일대에 주로 분포합니다.

오징어와 한 가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치는 물 밖으로 나오면 빠르게 죽어서 활어 유통이 되지 않고 선어 상태로 유통됩니다. 그만큼 신선도가 맛을 좌우하는 해산물이라, 갓 잡은 생물 한치와 냉동 한치의 맛 차이가 매우 크게 납니다.


한치의 효능

1.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

한치는 탄수화물이 거의 없고 단백질이 풍부한 고단백 저열량 식재료입니다. 국가표준 식품성분표 기반으로 한치 100g당 단백질은 약 14.9g, 열량은 약 80~90kcal 수준입니다. 지방 함량은 극히 낮아, 고기 없이 단백질을 보충하려는 분들에게 오징어와 함께 훌륭한 선택입니다. 소화도 잘 되는 편이라 위장이 약한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드실 수 있습니다.

2. 타우린 — 피로 회복과 간 건강

한치에는 오징어와 마찬가지로 타우린이 풍부합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치는 타우린, DHA·EPA 등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억제해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우리 몸에서 필요한 양의 절반 정도만 자체 생산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충해야 합니다. 피로가 쌓이는 봄과 초여름에 한치를 꾸준히 드시면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DHA·EPA — 두뇌 발달과 혈관 건강

한치에는 DHA와 EPA 등 고도불포화지방산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DHA는 뇌세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성장기 어린이 두뇌 발달과 노인 두뇌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 있으며, EPA는 혈액 순환 개선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4. 나이아신과 인

한치는 나이아신(비타민 B3)과 인의 함량이 수산물 중에서도 높은 편입니다. 나이아신은 세포 에너지 대사를 돕고 신경계 기능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로, 결핍 시 피로감과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인은 뼈와 치아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칼슘과 함께 작용합니다.

5. 콜레스테롤 걱정은 덜어도 됩니다

한치(오징어 포함)에는 콜레스테롤이 어느 정도 들어 있지만, 해양수산부는 “몸속에서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를 억제시키는 타우린이 동시에 다량 들어 있어 체내 콜레스테롤의 증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오히려 타우린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영양 성분표 (100g 기준)

출처: 국가표준 식품성분표 기반 / 해양수산부 / 램프쿡 수산물백과. 정확한 수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을 권장합니다.

영양소함량
에너지약 80~90 kcal
단백질약 14.9 g
지방극히 낮음
나이아신·인수산물 중 높은 편
타우린풍부하게 함유
DHA·EPA함유

신선한 한치 고르는 법

  1. 몸통에 탄력이 있고 광택이 도는 것을 고릅니다. 표면이 윤기 없이 탁하거나 몸통이 흐물흐물한 것은 신선도가 떨어진 것입니다.
  1. 한치는 죽으면 색이 하얗게 변합니다. 살아있거나 갓 잡은 신선한 한치는 선홍빛 또는 투명한 느낌을 띱니다. 완전히 하얗게 변한 것은 회보다 볶음이나 구이에 활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1. 반건조 한치를 살 때는 전체가 흰빛이면 제주산, 윗부분이 붉으면 수입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1. 냉동 한치는 해동 후 물기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것은 여러 번 해동·재냉동된 것일 수 있으니 주의합니다.

한치 손질법

1단계 — 몸통과 다리 분리: 한 손으로 몸통을 잡고 다른 손으로 다리 부분을 잡아 천천히 잡아당깁니다. 이때 내장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히 분리합니다. 내장이 터지면 먹물이 나와 지저분해지고 쓴맛이 배어들 수 있습니다.

2단계 — 내장과 먹물 제거: 분리한 다리에 달린 내장과 먹물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떼어냅니다. 내장은 먹지 않으므로 깨끗이 제거합니다.

3단계 — 투명한 연골(속뼈) 제거: 몸통 안에 얇고 투명한 연골이 들어 있습니다. 손가락을 넣어 뽑아냅니다.

4단계 — 껍질 벗기기: 껍질 끝부분을 잡아당기면 얇은 껍질이 벗겨집니다. 회나 물회로 드실 때는 껍질을 벗겨내는 것이 식감이 더 좋습니다. 볶음이나 구이는 껍질째 해도 됩니다.

5단계 — 세척: 흐르는 찬물에 몸통과 다리를 깨끗이 씻어냅니다. 물기를 키친타월로 닦으면 준비 완료입니다.


한치 활용 레시피

레시피 1 — 한치물회 (제주식)

재료 (2인분): 손질된 한치 300g, 오이 1/2개, 양파 1/4개, 깻잎 5장, 미나리 한 줌, 배 1/4개, 얼음

양념장: 고추장 2큰술, 된장 1.5큰술, 식초 2큰술, 매실청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약간

만드는 법: 손질한 한치는 얇게 썰어줍니다. 오이는 얇게 채 썰고, 양파·깻잎·미나리도 먹기 좋게 손질합니다. 양념장 재료를 고루 섞어 냉장고에 30분 이상 숙성시킵니다. 그릇에 채소와 한치를 담고 숙성된 양념장을 둘러준 뒤 얼음을 넣고 냉수나 사이다를 부어 드시면 됩니다. 제주식은 된장을 베이스로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면을 삶아 함께 드셔도 맛있습니다.


레시피 2 — 한치볶음

재료 (2인분): 손질된 한치 300g, 양파 1/2개, 청양고추 2개, 대파 1/2대,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식용유

만드는 법: 한치는 먹기 좋게 썰어 격자로 칼집을 내줍니다. 칼집을 내면 양념이 잘 배고 볶을 때 오그라드는 것을 줄여줍니다. 분량의 양념 재료를 미리 섞어 두고,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양파와 마늘을 먼저 볶다가 한치를 넣어 세불에서 빠르게 볶습니다. 한치는 오래 볶으면 질겨지므로 2~3분 이내로 마무리합니다. 마지막에 청양고추와 대파를 넣고 한번 더 볶은 뒤 참기름을 뿌려 냅니다.


레시피 3 — 한치회

재료: 신선한 한치 1마리, 초고추장, 깻잎, 마늘

만드는 법: 아주 신선한 한치여야만 맛있습니다. 껍질을 벗겨 얇게 포를 뜨듯 저며 썰어줍니다. 깻잎 위에 올려 초고추장에 찍어 드시면 됩니다. 마늘을 곁들여 드셔도 잘 어울립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오징어회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레시피 4 — 한치 감자조림

재료 (2인분): 손질된 한치 200g, 감자 2개, 간장 2큰술, 고추장 1큰술, 설탕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물 1컵

만드는 법: 감자는 한입 크기로 썰어 냄비에 담고 물, 간장, 고추장, 설탕, 마늘을 넣어 뚜껑을 닫고 중불에서 10분 조립니다. 감자가 익으면 한치를 넣고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3~4분 더 조립니다. 한치는 마지막에 넣어야 질기지 않습니다. 한치의 감칠맛이 감자에 배어들어 밥반찬으로 훌륭합니다.


보관법

생물 한치는 당일 드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냉장 보관 시 1~2일 이내에 드시고, 장기 보관이 필요하면 손질 후 껍질을 벗겨 물기를 제거하고 사용하기 좋은 크기로 썰어 지퍼백에 밀봉해 냉동 보관합니다. 한치는 냉동 후에도 맛이 비교적 잘 유지되는 편이라 냉동 보관 후 요리해도 볶음이나 조림은 충분히 맛있습니다.


주의사항

신선도 확인 필수: 한치는 특히 신선도에 따라 맛 차이가 큽니다. 회로 드실 때는 반드시 신선도를 확인하세요.

통풍 환자 주의: 한치 등 오징어류는 퓨린을 함유하고 있어 요산 수치가 높거나 통풍이 있는 분들은 과다 섭취를 삼가야 합니다.

알레르기 확인: 두족류(오징어·낙지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주의하세요. 처음 드실 때는 소량부터 시작합니다.


참고 출처: 해양수산부 / 램프쿡 수산물백과 / 소셜타임스 / 국가표준 식품성분표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