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텃밭 작물 중에서 가장 설레고 가장 힘든 작물입니다. 키우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매년 빠지지 않고 고추만큼은 꼭 심습니다. 빨갛게 익은 고추 한 봉지를 수확하는 그 기쁨이 있기 때문이지요. 제일 많이 실패하는 이유가 ‘너무 일찍 심었다’는 것입니다. 지역별 적기를 잘 지키는 것이 고추 농사의 첫 번째 성공 조건입니다.


고추 재배 특성

고추의 학명은 *Capsicum annuum L.*로, 원산지는 아메리카 대륙입니다. 다년생 식물이지만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겨울을 이겨내지 못해 한해살이풀처럼 키웁니다.

생육 적온은 낮 25~30℃, 밤 15℃ 이상입니다. 낮 온도가 30℃를 넘거나 밤 온도가 13℃ 이하로 내려가면 수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기형과가 생기고 낙과가 많아집니다. 이것이 고추를 너무 일찍 심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토양은 특별히 가리지 않지만, 물 빠짐이 좋고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이 적합합니다. 토양 산도는 pH 6.0~6.5의 약산성이 좋습니다.

고추는 재배 기간이 길고 병해충이 많아 관리가 필요한 작물입니다. 무농약 재배는 전문가도 어렵다고 할 만큼 탄저병, 역병, 진딧물 등의 피해가 잦습니다. 주말농장이나 소규모 텃밭이라면 내병계 모종을 선택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지역별 고추 모종 심는 시기

텃밭 고추는 씨앗에서 수확까지 5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개인 텃밭에서는 씨앗을 직접 키우기보다 모종을 구입해 심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지역씨앗 파종 (직접 육묘 시)모종 정식 적기
남부 지역(경남·전남·제주)2월 초순~중순4월 중순~5월 초순
중부 지역(서울·경기·충청·강원 남부)2월 중순~하순4월 하순~5월 중순
고랭지·강원 내륙3월 상순5월 중순~하순

씨앗 파종 시기는 농사로(농촌진흥청 포털)에서 남부 2월 초순~중순, 중부 2월 중순~하순으로 안내합니다. 파종 후 70~80일이 육묘 기간으로, 정식 시기를 역산해 파종 시점을 정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늦서리가 끝난 이후에 심는 것입니다. 중부지방은 보통 5월 상순이 노지 고추 정식 표준이며, 텃밭 초보자라면 5월 초~중순까지 기다렸다가 심는 것이 냉해 피해를 가장 확실히 피하는 방법입니다. 귀농·귀촌 경험자들도 “4월에 심었다가 몇 차례 냉해를 입은 이후로는 5월 초순까지 참고 기다린다”고 조언합니다.


좋은 고추 모종 고르는 법

모종의 좋고 나쁨이 그해 작황의 80%를 좌우한다고 합니다(농촌진흥청 발간자료). 모종을 구입할 때 다음을 확인하세요.

  1. 본잎이 11~13장 나고 첫꽃(방아다리꽃)이 1~2송이 핀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 상태가 아주심기 적기입니다.
  2. 키가 너무 크거나 웃자란 것은 피합니다. 줄기가 길고 가는 것은 육묘 환경이 나빠 연약하게 자란 것입니다. 마디 간격이 좁고 줄기가 굵직한 것이 좋습니다.
  3. 흰색 뿌리가 잘 발달해 포트 흙(상토)이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잘 감싸고 있는 것을 선택합니다. 뿌리 발달이 좋아야 이식 후 활착이 빠릅니다.
  4. 잎이 진한 초록색이고 생기 있는 것을 고릅니다. 마른 잎이 있거나 잎이 노랗게 변한 것은 피하세요.
  5. 진딧물, 응애 등 병해충이 없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 잎 뒷면도 꼼꼼히 확인하세요.
  6. 내병계 품종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바이러스, 탄저병, 역병에 강한 내병계 모종은 텃밭 초보자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고추 모종 심기 전 밭 만들기

아주심기 2~3주 전에 밑거름을 준비합니다. 3.3㎡(약 1평) 기준으로 퇴비 10kg과 고토석회 500g을 밭에 고루 뿌리고 갈아줍니다. 화학비료(요소, 용성인비, 염화가리)는 이랑을 만들기 5~7일 전에 뿌려줍니다. 인산은 전량 밑거름으로, 질소와 칼륨의 60%를 밑거름으로 주고 나머지는 나중에 웃거름으로 나눠줍니다.

이랑 높이는 20cm 이상으로 높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이랑 높이가 15~30cm일 때 역병 발생이 낮고 수확량이 높다는 시험 결과가 있습니다. 물 빠짐이 좋아야 역병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비닐 멀칭은 아주심기 3~4일 전에 미리 덮어두면 지온이 올라가 모종이 뿌리를 빨리 내립니다. 투명 비닐은 검정 비닐보다 초기 지온을 2~3℃ 더 높이며, 검정 비닐은 잡초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고추 모종 심는 방법

순화(적응) 과정: 아주심기 1주일 전부터 모종을 밭 근처에 두어 바깥 환경에 서서히 적응시킵니다. 관수량을 줄이고 야간 환기를 시켜 줄기를 단단하게 만들어두면, 이식 후 몸살이 적고 활착이 빠릅니다.

심는 시간은 오전 중에 하세요. 한낮 뜨거운 햇빛 아래 작업하면 모종이 빨리 시들 수 있습니다. 비닐 위에 모종을 미리 꺼내두지 마세요. 비닐 온도가 올라가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심는 깊이는 육묘상에서 심겨졌던 부위까지만 입니다. 너무 깊이 심으면 활착이 늦고 역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너무 얕으면 건조 피해를 받습니다.

포기 간격은 40~50cm가 적당합니다(텃밭 기준). 간격이 넓으면 초기 수확량은 적지만 통풍이 좋아 탄저병 등 병해 발생이 줄어듭니다.

심고 나서 충분히 물을 줍니다. 모종이 비닐 멀칭 구멍에서 나오는 열기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복토를 꼼꼼히 해줍니다.


심은 후 관리 핵심

지주대 설치가 필수입니다. 고추는 비바람에 약하므로 1~2m 간격으로 지주를 세우고 끈으로 고추를 8자 모양으로 유인해줍니다. 자라면서 3회 정도 유인 작업을 해줍니다.

방아다리 제거: Y자로 줄기가 갈라지는 곳에 처음 꽃이 달리는 부분을 방아다리라 합니다. 이 꽃을 제거해야 이후 생육이 원활해집니다.

결순 제거: Y자로 갈라지는 아래 원줄기와 가지 사이에 생기는 새순(결순)을 수시로 제거합니다.

웃거름은 재배 기간 중 3~4회 줍니다. 정식 후 20~25cm 거리에 구멍을 뚫고 큰 숟가락 한 스푼 정도의 비료를 넣고 흙으로 막아줍니다. 비 온 다음 날 저녁에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 관리는 너무 건조하거나 습하지 않게 합니다. 고추밭에 물이 고여 있으면 역병, 탄저병 등 병해가 빠르게 번집니다. 고랑 배수에 신경 써야 합니다.


연작 피해 주의

같은 자리에 고추(또는 토마토, 가지 등 가지과 작물)를 계속 심으면 역병, 풋마름병 등이 심해집니다. 3~5년 간격으로 다른 작물로 돌려짓기를 해야 합니다.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신청하면 무료로 토양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 출처: 농사로(농촌진흥청 포털) / 권농종묘 농사정보 / 텃밭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