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품종 비교 — 캠벨·거봉·샤인머스캣 뭐가 다른가

좌판에 놓인 여러 품종의 포도 송이

포도 품종을 가르는 기준은 넷입니다. 껍질째 먹느냐, 씨가 있느냐, 단맛이 얼마나 되느냐, 언제 나오느냐. 캠벨얼리는 껍질을 벗기고 씨를 뱉어 먹는 대신 값이 눅고, 샤인머스캣은 껍질째 씨 없이 먹는 대신 값이 셉니다.

그런데 품종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포도는 후숙 과일이 아닙니다. 사 와서 며칠 두어도 더 달아지지 않아요. 그래서 고르는 순간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한 줄로 말하면

포도는 나무에서 익는 만큼만 익습니다. 상온에 둔다고 단맛이 오르지 않아요. 품종을 아는 것도, 알 상태를 보는 것도 결국 그 자리에서 익은 것을 골라내기 위한 일입니다.

품종별로 뭐가 다른가

캠벨얼리 거봉 델라웨어 샤인머스캣 네 품종을 견준 네 컷 그림

품종 알과 색 씨·껍질 대략 나오는 때
캠벨얼리 중간 크기, 검붉은 보라 씨 있음, 껍질 벗겨 먹음 단맛은 낮은 편, 신맛이 또렷 한여름
거봉 알이 큼, 흑청색 대개 씨 없음, 껍질 벗김 단맛이 진하고 과즙이 많음 한여름부터
델라웨어 알이 작고 촘촘, 붉은 보라 씨 없음, 껍질 벗김 새콤달콤, 한입에 훑어 먹기 좋음 가장 이름
샤인머스캣 알이 크고 길쭉, 연둣빛 씨 없음, 껍질째 단맛 높고 신맛 낮음, 아삭함 늦여름에서 가을
블랙사파이어 길쭉한 가지 모양, 검정 씨 없음, 껍질째 단맛이 진함 늦여름 무렵

나오는 때는 해마다 날씨에 따라 앞뒤로 밀립니다. 요즘은 더위 때문에 앞당겨지는 해가 잦고, 같은 품종도 시설에서 기른 것이 노지 것보다 몇 주 먼저 나와요. 정확한 시기는 그해 시장에 나가 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단맛만 놓고 보면

같은 무게로 견주면 샤인머스캣 쪽이 캠벨얼리보다 당분이 눈에 띄게 많습니다. 대신 캠벨얼리는 신맛과 향이 또렷해서 포도 특유의 맛을 찾는 사람에게는 이쪽이 낫다는 평이 많아요. 비타민과 무기질 일부는 오히려 캠벨 쪽이 많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어느 쪽이 더 좋다”가 아니라 “어느 쪽이 내 입에 맞느냐”의 문제입니다. 아이가 씨 뱉기를 힘들어하면 씨 없는 쪽, 값을 아껴야 하면 캠벨 쪽이 답이에요.

캠벨은 줄고 샤인머스캣은 늘었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포도의 대표는 캠벨얼리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해 사이 재배 면적이 샤인머스캣 쪽으로 크게 옮겨 갔어요. 값이 몇 배 차이 나니 농가가 품종을 바꾼 겁니다.

여기서 소비자 쪽 문제가 생겼습니다. 물량이 늘면서 덜 익은 샤인머스캣이 일찍 시장에 나오는 일이 잦아진 거예요. 샤인머스캣은 충분히 익혀 따야 특유의 향과 단맛이 나는데, 값이 좋을 때 서둘러 따면 밍밍한 것이 나옵니다.

“비싸게 샀는데 안 달다”는 경험이 대개 여기서 나옵니다. 품종을 잘못 고른 게 아니라 덜 익은 것을 산 거예요. 그래서 다음 장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고르는 법

포도 고를 때 보는 줄기와 과분과 알 상태를 나타낸 네 컷 그림

줄기줄기가 푸르고 촉촉하면 딴 지 얼마 안 된 것입니다. 갈색으로 마르고 부스러지면 오래된 것
하얀 가루고르게 덮여 있을수록 좋습니다. 벗겨져 반질거리면 손을 많이 탄 것
품종의 제 색이 짙게 올라와야 합니다. 한 송이 안에서 색이 들쭉날쭉하면 덜 익은 것
알 붙음새알이 지나치게 빽빽하면 속이 덜 익은 경우가 많습니다. 사이가 조금 벌어진 편이 낫습니다
흔들어 보기살짝 흔들어 알이 우수수 떨어지면 지난 것입니다
주름알 표면에 잔주름이 잡혔으면 물기가 빠진 것이라 피합니다

아래쪽 알을 맛보는 것이 요령

포도는 꼭지 쪽부터 익습니다. 그래서 한 송이 안에서도 위쪽이 달고 아래로 갈수록 신맛이 강해요. 시식이 가능한 자리라면 위쪽이 아니라 맨 아래 알을 먹어 보세요. 그 송이의 가장 덜 익은 지점을 확인하는 셈이라, 아래가 달면 위는 볼 것도 없습니다.

알이 유난히 많이 달린 큰 송이를 피하라는 조언도 같은 이치에서 나옵니다. 알이 많으면 나무가 그만큼 나눠 보내야 해서 아래쪽까지 익기 어려워요. 크기보다 알이 고르게 익었는지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하얀 가루의 정체

포도 껍질을 덮은 하얀 가루를 농약으로 여겨 박박 문질러 닦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어요. 이것은 과분이라고 하는, 포도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천연 보호막입니다. 물기가 날아가는 것과 바깥 자극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해요.

단감·자두·블루베리에도 같은 것이 있습니다. 고르게 많이 붙어 있을수록 신선하다는 표시이니, 오히려 과분이 잘 남아 있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

과분은 물에 약합니다. 그래서 사 오자마자 씻어서 넣어 두면 보호막이 벗겨진 채로 냉장고에 들어가는 셈이 돼요. 씻는 것은 먹기 직전에 합니다.

씻는 법과 보관법

씻을 때먹기 직전에 씻습니다 · 알을 하나씩 떼지 말고 송이째 씻습니다 · 흐르는 찬물에 헹구되 밑에 그릇을 받칩니다 · 더 꼼꼼히 하려면 물에 잠깐 담갔다가 헹굽니다 · 씻은 뒤 물기를 가볍게 닦습니다
보관할 때씻지 않은 채로 둡니다 · 큰 송이는 몇 갈래로 나눕니다 · 종이나 키친타월로 싸서 통이나 봉지에 담습니다 · 냉장실 채소 칸에 넣습니다 · 터지거나 무른 알은 미리 떼어 냅니다

알을 하나씩 떼어 씻으면 꼭지 자리에 상처가 나서 그 틈으로 물이 들어가고, 단맛이 빠지면서 금세 물러집니다. 씻기 편하자고 떼는 것이 오히려 손해예요.

큰 송이를 통째로 두면 눌리는 자리부터 뭉개집니다. 몇 갈래로 나눠 두면 한 갈래가 상해도 나머지가 멀쩡해요. 이렇게만 해도 일주일 가까이 갑니다.

남으면 얼려도 됩니다

다 못 먹을 것 같으면 알을 떼어 씻고 물기를 닦은 뒤 얼리세요. 언 포도는 그대로 셔벗처럼 먹을 수 있습니다. 껍질째 먹는 품종이면 손질도 필요 없어요. 다만 한 번 얼린 것은 녹으면 물러지니 언 상태로 먹는 용도로만 씁니다.

상황별로 고른다면

품종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쓰임에서 거꾸로 짚는 편이 빠릅니다.

이런 경우 맞는 쪽
아이 간식·도시락 씨 없고 껍질째 먹는 품종 씨를 뱉을 일이 없어 손이 덜 갑니다. 다만 잘라서 줍니다
선물·명절 상 알이 굵고 송이가 고른 것 보기가 값어치의 절반입니다. 색이 고른 송이를 고릅니다
양을 넉넉히 캠벨얼리 같은 값에 훨씬 많이 삽니다. 신맛을 좋아하면 더 맞습니다
즙이나 청으로 캠벨얼리·거봉 향과 신맛이 있어야 끓였을 때 맛이 납니다
더울 때 얼려 먹기 껍질째 먹는 품종 손질 없이 씻어 얼리면 끝입니다

값 차이가 큰 만큼, 매일 먹는 것과 선물용을 같은 품종으로 맞출 필요가 없습니다. 집에서 먹는 것은 눅은 품종으로 넉넉히 사고, 내놓을 자리에만 굵은 것을 쓰는 식이 실속 있어요.

껍질과 씨를 버리는 게 아깝다는 말

포도의 이로운 성분은 껍질과 씨 쪽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껍질의 색을 내는 성분도, 요즘 자주 거론되는 항산화 성분도 과육보다 껍질에 더 들어 있어요. 그래서 껍질째 먹는 품종이 그만큼 이득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만 이 대목은 조금 차분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두 송이 먹는 것으로 건강이 크게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료마다 함량 수치도 갈려요. 껍질째 먹는 품종을 고르는 이유는 성분보다 먹기 편하다는 점에 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씨 있는 품종을 굳이 피할 이유도 없습니다. 씨를 뱉는 번거로움이 싫은 게 아니라면, 신맛과 향은 오히려 씨 있는 재래 품종 쪽이 진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서 사면 되나

포도는 후숙이 안 되니 눈으로 보고 사는 것이 가장 유리한 과일입니다. 상자째 배달로 받으면 열어 보기 전까지 알 수가 없어요. 전통시장이나 청과 좌판에서 사는 값어치가 여기에 있습니다. 줄기 색을 보고, 흔들어 보고, 시식이 되면 아래쪽 알을 먹어 볼 수 있으니까요.

상자로 살 때는 위쪽 한 층만 좋은 것을 깔아 두는 경우가 있으니 아래층도 들춰 보고 사는 편이 낫습니다. 산지에서 직접 부치는 물건이라면 딴 날짜를 물어보세요. 딴 지 오래된 것은 줄기부터 마릅니다.

철이 한창일 때는 같은 시장 안에서도 좌판마다 값과 상태가 제법 갈립니다. 한 바퀴 돌아보고 고르는 십 분이 값보다 크게 남을 때가 많아요.

한 가지 더. 요즘은 껍질째 먹는 품종이 늘면서 세척을 더 신경 쓰게 됐습니다. 껍질을 벗겨 먹던 시절에는 겉이 좀 지저분해도 상관이 없었지만, 껍질째 먹으면 그대로 입에 들어가니까요. 그렇다고 과분까지 벗겨 낼 만큼 문지를 필요는 없습니다. 흐르는 물에 송이째 충분히 헹구는 것으로 대체로 충분하고, 더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잠깐 물에 담갔다가 헹구면 됩니다.

보관 온도도 낮을수록 좋습니다. 포도는 다른 과일보다 차가운 자리를 잘 견디는 편이라, 냉장실 안에서도 서늘한 쪽에 두면 더 오래갑니다. 다만 얼지는 않을 자리여야 하니 냉기 구멍 바로 앞은 피하세요. 채소 칸이 무난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주의할 것

어린아이에게 통째로 주지 않습니다. 포도알은 기도를 막기 딱 좋은 크기와 모양입니다. 어린아이에게 줄 때는 반으로, 되도록 네 조각으로 잘라 주세요. 언 포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이 많은 과일입니다. 포도의 당은 흡수가 빠른 편이라 혈당을 신경 써야 하는 분은 양을 정해 두고 드시는 편이 낫습니다. 건포도는 같은 무게로 견주면 당이 훨씬 농축돼 있습니다.

값은 해마다, 또 철 안에서도 크게 오르내립니다.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 가장 비싸고, 물량이 몰리는 한복판이 가장 눅어요. 급하지 않다면 처음 나온 물건보다 조금 기다리는 편이 값도 맛도 낫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포도는 사 온 뒤에 더 달아지나요?

아닙니다. 포도는 후숙 과일이 아니라서 상온에 두어도 단맛이 오르지 않습니다. 살 때 익은 것을 골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캠벨얼리와 샤인머스캣 중 어느 쪽이 더 좋나요?

쓰임이 다릅니다. 샤인머스캣은 껍질째 씨 없이 먹고 단맛이 높은 대신 값이 셉니다. 캠벨얼리는 껍질을 벗기고 씨를 뱉어야 하지만 신맛과 향이 또렷하고 값이 눅습니다.

포도 껍질의 하얀 가루는 농약인가요?

농약이 아니라 과분이라는 천연 보호막입니다. 포도가 스스로 만들어 물기가 날아가는 것을 막습니다. 고르게 많이 붙어 있을수록 신선하다는 표시예요.

포도는 언제 씻어야 하나요?

먹기 직전에 씻습니다. 과분이 물에 약해서 미리 씻으면 보호막이 벗겨지고, 남은 물기 때문에 오히려 빨리 무릅니다. 알을 떼지 말고 송이째 씻으세요.

단 포도를 고르는 요령이 있나요?

맨 아래쪽 알을 보세요. 포도는 꼭지 쪽부터 익어서 아래로 갈수록 신맛이 강합니다. 아래가 달면 그 송이는 전체가 익은 겁니다. 줄기가 푸르고 과분이 고르게 덮인 것을 고르세요.

남은 포도를 얼려도 되나요?

됩니다. 알을 떼어 씻고 물기를 닦아 얼리면 셔벗처럼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녹으면 물러지니 언 상태로 먹는 용도로만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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