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마트 진열대보다 오일장 좌판이 먼저 봄을 알립니다. 장터 한편에 갓 캐 온 냉이 바구니가 놓이고, 두릅이 한 묶음씩 쌓이면 그게 진짜 봄입니다. 향긋한 봄나물을 고르고,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고, 알록달록 고추 모종까지 사 오는 봄 오일장 나들이는 어느 봄꽃 축제 못지않게 행복합니다.


오일장이란?

오일장(五日場)은 닷새마다 열리는 전통시장입니다. 날짜 끝자리가 특정 숫자인 날에 장이 서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2·7일 장’이라면 2일, 7일, 12일, 17일, 22일, 27일에 열립니다. 조선 초기에는 지역마다 열리는 주기가 달랐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 5일 주기가 정착했습니다. 현재 전국에 수백 개의 오일장이 남아 있으며,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 시대에도 지역 특산물과 인정 있는 거래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봄 오일장이 특별한 이유는 1년 중 봄나물이 가장 풍성하게 쏟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3~5월 오일장 좌판에는 냉이, 달래, 두릅, 씀바귀, 취나물 등 산과 들에서 직접 캐 온 봄나물이 넘쳐납니다. 할머니가 새벽에 뜯어 온 봄나물 한 봉지가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봄 오일장 나들이 추천 5곳

1. 경기 안성 오일장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수도권 대표 전통 오일장으로 추천한 곳입니다. 예로부터 경기와 호남 사이의 물산이 모이는 요지였던 안성은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화물이 모여 쌓이고 공장과 장사꾼이 모여들어 한양 남쪽의 한 도회가 되었다”고 기록될 만큼 큰 장터였습니다.

안성 오일장의 자랑은 뭐니뭐니해도 장터국밥입니다. 안성은 예로부터 우시장이 유명했는데,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얼큰한 국밥이 지금도 장날마다 인기입니다. 봄나물 좌판과 생선 가게, 옷 가게, 골동품 상까지 어우러져 구경 재미가 넘칩니다. 남사당공연장에서 매주 주말 흥겨운 남사당놀이도 볼 수 있습니다.

봄철에는 좌판마다 냉이, 달래, 씀바귀가 수북이 쌓이고, 봄이 무르익으면 두릅과 참나물도 등장합니다.

방문 전 확인 사항: 장날 날짜와 교통편은 안성시 공식 홈페이지나 전화로 미리 확인하고 가세요.


2. 경기 여주 5일장

500년 역사를 가진 여주 5일장은 봄철이 특히 볼거리가 많습니다. 소년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장이 서는 날이면 고추 모종과 매화꽃 묘목, 온갖 산나물이 좌판에 가득합니다. 직접 키운 봄나물을 가져온 할머니들과 봄 텃밭 준비를 위한 모종을 사러 온 사람들로 장터가 활기를 띱니다.

여주는 쌀이 유명한 고장이기도 하여, 장터에서 여주 쌀로 만든 경단이나 떡을 맛볼 수 있습니다. 장날에 맞춰 방문하면 봄나물 쇼핑과 텃밭 모종 구입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실용적인 봄 나들이 코스입니다.


3. 전남 보성군 벌교 5일장

끝자리 4·9일에 열리는 벌교 5일장은 봄철 해산물을 즐기기 좋은 오일장입니다. 바다와 갯벌을 품은 고장답게 어물전마다 참꼬막, 낙지, 키조개 등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보기 어려운 신선한 갯벌 산물을 직접 사 올 수 있어 미식 나들이로 인기입니다.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기도 한 벌교는 고흥반도와 순천만이 가까워, 오일장 나들이를 겸한 남도 여행 코스로 잘 어울립니다. 봄 꼬막은 3~4월이 제철로, 벌교 장에서 갓 잡아 올린 꼬막을 직접 골라 구입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4. 충남 천안 병천 아우내 장터

천안 병천시장의 또 다른 이름은 아우내 장터입니다. 1919년 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가 만세 운동을 이끈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오일장은 끝자리 1·6일에 열리며, 이날은 병천 순대국밥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식당마다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봄철 아우내 장터에는 달래, 냉이 등 이른 봄나물과 딸기, 참외 같은 봄 과일이 함께 나옵니다. 독립운동의 역사와 전통 장터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봄 나들이 코스입니다. 3·1절 즈음 방문하면 유관순 기념관과 함께 돌아보는 역사 여행도 됩니다.


5. 경기 성남 모란 5일장

나무위키 등에서 전국 최대 규모의 5일장으로 소개되는 성남 모란시장은 끝자리 4·9일에 열립니다. 장날 하루 이용객이 2만 명에 달한다고 알려질 만큼 규모가 큽니다. 수도권 접근성이 좋아 서울·경기 거주자들에게 전통 오일장의 분위기를 체험하기 좋은 곳입니다.

봄철에는 각종 봄나물과 봄 꽃 모종, 제철 채소 모종이 넘쳐납니다. 먹거리도 다양해 장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군것질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봄 오일장 나들이 꿀팁

장날 날짜 확인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일장은 매일 열리지 않으므로 방문 전 반드시 해당 시장의 장날을 확인하세요. 장날이 아니면 평일 시장에 불과해 오일장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각 시장 이름 + ‘장날’로 검색하거나, 5일장 지도 앱(wowmap.kr/market5)을 활용하면 전국 오일장 날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전 일찍 방문하세요. 봄나물은 신선도가 생명입니다. 할머니들이 새벽에 직접 채취해 온 봄나물은 오전 중에 대부분 팔려나갑니다. 늦게 가면 상품이 얼마 남지 않고 선택의 폭도 줄어듭니다.

장바구니를 꼭 챙기세요. 오일장에서는 나물, 모종, 생선 등 다양한 것을 사게 됩니다. 젖어도 되는 큰 장바구니나 쿨러백을 챙겨가면 신선한 재료를 집까지 잘 가져올 수 있습니다.

현금 준비를 권장합니다. 많은 오일장 좌판이 아직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현금을 넉넉히 준비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장터 먹거리를 빼놓지 마세요. 오일장의 참맛은 장터 먹거리에 있습니다. 순대국밥, 국밥, 빈대떡, 뻥튀기, 막걸리 등 각 지역 장터마다 명물 먹거리가 있습니다. 배부르게 먹고 장을 봐야 기억에 남는 나들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