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고 2주쯤 되면 우수가 옵니다. 아직 두꺼운 외투를 벗기엔 이른 날씨이지만, 어디선가 바람이 조금씩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처마에 고드름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하고, 양지쪽 처마 밑 흙이 살짝 녹아 축축해지는 날이 우수 무렵입니다.


우수란?

우수(雨水)는 24절기 중 두 번째 절기로, 입춘과 경칩 사이에 들어 있습니다. 한자 그대로 풀면 ‘비 우(雨), 물 수(水)’, 즉 눈이 녹아 비가 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뜻입니다. 겨울의 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봄이 본격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절기입니다.

과학적으로는 태양의 황경이 330°에 도달하는 순간을 우수로 정합니다. 양력으로 매년 2월 18일~20일 무렵이며, 2025년은 2월 18일, 2026년은 2월 19일 오전 0시 51분입니다.

우수는 24절기 중 중기(中氣)에 해당하여 음력 1월(맹춘월)을 대표하는 절기입니다. 이 점이 절(節)에 해당하는 입춘과의 차이점이기도 합니다.

칠정산내편에는 우수 절기의 자연 현상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이 녹고, 땅속에서 잠자던 벌레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기러기가 북으로 날아가며, 초목에서 싹이 튼다.” 물론 한국의 2월 중순에 이 현상이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봄을 향해 가는 방향이 분명해지는 시기임은 틀림없습니다.


우수 속담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를 가장 잘 표현한 속담입니다. 그만큼 우수와 뒤이은 경칩이 지나면 겨울이 끝나고 본격적인 봄이 온다는 의미입니다. 얼어 있던 강물이 녹기 시작하고, 자연이 활기를 띠는 변곡점입니다. 지금 시대에도 우수 전후로 서울의 한강이 얼기 시작하거나 녹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우수의 전통 풍습

농사 준비와 씨앗 고르기

농경사회에서 우수는 그해 농사를 준비하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전년도 수확에서 남겨둔 씨앗을 꺼내 상태를 확인하고 좋은 씨앗을 골라두었습니다. 아직 땅이 얼어 있어 실제 파종은 못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이미 봄농사가 시작되는 때였습니다.

밭두렁 태우기

논밭에 남아 있는 마른 풀을 태워 겨울 동안 번식한 해충과 병해균을 없애는 밭두렁 태우기 풍습이 있었습니다. 태운 재는 천연 거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맞이

우수 절기에 맑은 우물물을 길어다 마시거나 몸에 뿌려 건강을 기원하는 물맞이 풍습이 있었습니다. 겨울 동안 몸속에 쌓인 독을 맑은 우물물로 씻어낸다는 의미였습니다.

장 담그기

우수는 전통적으로 된장, 간장을 담그기 좋은 시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겨울이 끝나가는 시점이라 잡균이 적고, 이후 봄바람에 발효가 잘 진행됩니다.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장을 담그는 것이 우수 무렵 전통 생활의 주요 행사였습니다.


우수에 먹는 음식

오곡밥

우수는 보통 정월대보름과 비슷한 시기에 겹치는 경우가 많아, 대보름 절식인 오곡밥을 우수 무렵에도 즐겼습니다. 오곡밥은 찹쌀, 차조, 찰수수, 붉은팥, 검은콩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짓는 밥으로, 다섯 가지 곡식의 영양을 고루 담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시기는 겨울과 봄 사이 영양이 부족해지기 쉬운 때라, 여러 곡물을 한꺼번에 섭취하는 오곡밥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묵나물

묵나물은 지난가을에 말려두었던 나물을 물에 불려 볶아 먹는 음식입니다. 고사리, 취나물, 시래기, 호박고지 등이 대표적입니다. 신선한 봄나물이 아직 나오기 전인 이 시기에, 전년도 가을 나물로 겨울 내 부족했던 채소 영양을 보충하는 전통 지혜가 담긴 음식입니다.

첫 봄나물

우수 무렵이 되면 양지쪽 땅에서 냉이와 달래가 조금씩 고개를 내밉니다. 눈 밑에서 올라오는 첫 봄나물을 뜯어 나물무침을 만들어 먹는 것이 우수의 별미였습니다.


우수 건강법

1. 봄 면역력 관리 — 환절기 대비

우수 무렵은 겨울과 봄 사이 일교차가 큰 시기입니다. 오전에는 여전히 영하로 떨어지고 낮에는 기온이 오르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 시기에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체온 유지에 신경 써야 합니다. 얇은 레이어드 착용으로 온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봄 알레르기 대비 시작

우수 무렵부터 꽃가루와 미세먼지가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봄철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결막염이 있는 분들은 이 시기부터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출 후 손 씻기, 실내 공기 청정, 콧속 세척 등 기본 관리를 시작하세요.

3. 건조한 피부 관리

겨울 내 건조해진 피부는 우수 무렵에도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태입니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보습 관리를 이어가세요. 우수(雨水)라는 이름처럼, 봄비가 내리면 공기 습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니 서서히 피부가 나아집니다.

4. 장 건강 챙기기

오곡밥과 묵나물처럼 우수 절식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 위주였습니다. 겨울 내 운동량이 줄고 차가운 음식을 피하면서 장운동이 더뎌진 분들에게, 이 시기부터 나물과 잡곡밥을 늘려가는 것이 장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5. 장 담그기와 발효식품

전통적으로 우수에 담근 된장과 간장은 한 해 밥상의 기본 간이 되었습니다. 발효식품은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수 무렵 전통 된장국 한 그릇, 묵은 김치 한 접시를 식탁에 올리는 것이 몸에도 좋고 계절에도 맞는 밥상입니다.


오늘날의 우수

현대에는 우수를 일부러 챙기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이 즈음을 기점으로 생활 리듬을 서서히 봄 모드로 바꾸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겨울 내 보관해둔 묵나물이나 말린 나물을 꺼내 밥상에 올리고, 이 무렵 처음 나오는 냉이나 달래를 시장에서 구입해 된장국 한 그릇을 끓여 드시면 우수를 맛으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참고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칠정산내편 / 한국천문연구원 역서